닫기 공유하기

"혼자 성공하는 시대 끝났다"…SKT-SM '공유 전략' 통할까

SKT-SM, 상호 교차투자…ICT-콘텐츠 협력 본격화

[편집자주]

최태원 SK 회장이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News1
최태원 SK 회장이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News1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상호 지분을 교차투자하는 방식으로 '의형제'를 맺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가 갖고 있는 인프라를 공유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자는 차원이다. 

17일 SK텔레콤 이사회는 아이리버와 SM C&C에 각각 250억원, 65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같은날 SM엔터테인먼트도 SM C&C와 아이리버에 각각 73억원과 4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이리버는 SK텔레콤 자회사로 MP3플레이어 기업이고, SM C&C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주로 드라마·예능 콘텐츠를 제작한다. SM C&C는 강호동, 전현무, 이수근 등이 소속돼 있다.

두 회사의 이같은 결정으로 SK텔레콤은 SM C&C의 2대 주주가 된다. 또 SM엔터테인먼트도 아이리버의 2대주주가 된다. 양사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광고 분야에서 시너지 제고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신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인수'가 아닌 '교차투자'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딜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은 콘텐츠 사업확장을 위해 주로 인수합병(M&A)을 해왔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로엔엔터테인먼트, 아이리버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SK가 M&A가 아닌 '교차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들어 강조하고 있는 '딥 체인지 2.0'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과 인프라가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돼야 한다"며 공유 인프라를 기본으로 하는 '함께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을 제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변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밝히고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딥체인지를 강조해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혼자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New ICT'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박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양에 돛단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며, 이제는 함께 '항공모함 함대'를 구축해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소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100이라는 시장을 우리가 다 먹을 수는 없다"며 "다른 회사와 힘을 합쳐 시너지를 일으켜 1000으로 키워 나눠먹는 전략이 더 맞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의 '교차투자' 결정도 최태원 회장의 '팁 체인지 2.0'과 박정호 사장의 'New ICT' 전략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SK텔레콤은 지난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핫질' 사업권을 SM엔터테인먼트 계열의 SM MC에 넘기면서 지분 일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교감도 있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를 해서 경영권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각자가 잘하는 영역을 인정하고 인프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제고를 노리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과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SKT) © News1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왼쪽)과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SKT) © News1

과거의 실패한 M&A 사례도 SK그룹이 '공유' 전략으로 선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인수한 싸이월드나 로엔 등 콘텐츠 회사 대부분은 경영권 인수후에 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대기업 자회사로 편입되는 순간부터 벤처기업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SM과의 협력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통해 CJ그룹과 콘텐츠 분야에서 상호협력하기로 했던 SK텔레콤의 수정 전략으로도 주목된다. SK그룹은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CJ그룹과 콘텐츠 분야에 다각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제고를 노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대신 한류산업 분야에 막강한 역량을 보유한 SM과 손잡고 인공기능(AI) 등 ICT와 한류 콘텐츠 산업 결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 주목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M엔터와의 협력을 통해 공연, 음원 등 한류 콘텐츠 파워에 AI 등 국내 ICT 역량을 결합하면 2~3차 파생 사업으로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다"며 "5년내 10배의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