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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왕 계보 예약' 18세 여고생 최혜진…"박인비가 롤모델"

[편집자주]

최혜진(18·학산여고). © AFP=News1
최혜진(18·학산여고). © AFP=News1

"한 아마추어 골퍼가 현재 몇 십년만에 처음으로 공동선두에 올라 있다고 한다. 정말 흥미롭다"

1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을 현장에서 관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 도중 이런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흥미를 끈 골퍼는 다름아닌 고등학교 3학년의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18·학산여고)이었다. 최혜진은 비록 경기 막판 뼈아픈 실수로 US 여자오픈에서 50년만의 아마추어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놓쳤지만,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최혜진은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유독 좋아했다. 원래는 태권도를 먼저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때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진로가 바뀌었다. 운동이라면 뭐든지 좋아했던 최혜진은 금새 골프에 흥미를 붙였고, 빠르게 기량이 향상됐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최혜진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연습벌레다. 남들이 쉴 때도 늘상 훈련에 몰두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평균 270야드에 달하는 '장타'는 순전히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최혜진은 매일 1시간씩 스윙 연습을 통해 자신의 몸에 맞는 자세와 함께 거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스윙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 비거리는 점 더 늘고 있다. 165cm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드라이버샷이 장점이 된 이유다.

최혜진의 성장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3학년에 진학하면서 국가대표가 됐다.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공동 5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한국아마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이미 '아마추어 최강'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때부터 성인무대에 틈틈이 출전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유럽투어 ISPS 한다 뉴질랜드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마추어의 마지막 해인 올해는 '프로 직행' 티켓도 확보했다. 이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마지막 날에만 무려 9언더파를 몰아치면서 우승을 차지한 것. KLPGA투어에서 아마추어 골퍼가 우승한 것은 2012년 김효주 이후 5년만의 일이었다. 그는 "시드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활짝 웃었다.

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했던 최혜진. /뉴스1 DB © News1
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했던 최혜진. /뉴스1 DB © News1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일까. 최혜진은 이어 출전한 세계최고의 무대, US 여자오픈에서 연일 활약을 펼치며 우승권에서 경쟁했다. 앞선 KLPGA투어 우승 때는 마지막 날의 몰아치기가 돋보였다면, 이번엔 나흘 내내 안정된 경기력으로 우승을 노렸다. 비록 16번홀(파3)에서의 실수로 인해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이번 경험은 최혜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터다.

최혜진 역시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준우승을 해 정말 기쁘다"며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전체적으로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롤모델은 '골프 여제' 박인비다. 많은 유망주들이 마찬가지였겠지만 최혜진 역시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세계 1위, LPGA 진출' 등의 목표 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됐다.

최혜진이 박인비와 닮은 점 중 하나가 바로 '멘탈'이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언제나 '포커페이스'와 함께 안정된 경기력을 유지하는 박인비처럼, 최혜진 역시 어린 나이에도 탄탄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

그를 지도해 온 학산여고 조영석 감독 역시 멘탈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조 감독은 "언제나 사고가 긍정적이다. 성격도 밝고 명랑하다보니 골프칠 때도 여유가 있다"면서 "그 역시 많은 연습량과 비례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있으니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목표로 하다 티샷이 물에 빠진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이를 잘 보여줬다. 최혜진은 공을 물에 빠뜨린 뒤 잠시 실망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이내 회복했고 남은 2홀을 잘 마무리했다. 18번홀에서는 버디를 낚으면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진 펑산산(중국)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세리로 시작해 박인비로 정점을 피운 한국 여자골프. 여전히 수많은 '톱랭커'들과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지만, 18세의 최혜진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가 쓰여진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US 여자오픈에서 활약한 최혜진. 그는 '차세대 골프여왕'으로 손색이 없는 기량을 갖췄음을 증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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