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소년법' 오해와 진실…폐지로 청소년 강력범죄 줄어들까

[편집자주]

피의자 A양과 B양이 후배를 때린 뒤 사진을 찍어 친구와 대화를 나눈 메시지 내용. 이 장면은 SNS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SNS 캡처) © News1

최근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참혹함 때문에 소년범 형사처벌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소년들에 의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소년법상 형 감경규정과 만14세인 형사미성년 연령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엽기적인 범죄행각으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주범인 김모 양에게 검찰이 징역 20년형을 구형하자 소년법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청소년 범죄자의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는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조항이 맞물려 검찰이 김양에게 구형할 수 있는 최고형이 징역 20년이었기 때문이다.

소년법 59조(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가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특정강력범죄처벌법 4조 1항은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소년법 59조에 불구하고 그 형을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엽기적인 잔혹 범죄에 대한 최대한의 처벌이 징역 20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소년들의 형벌을 감경하는 법에 대한 폐지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6일 오전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소년 범죄 감형 법률 폐지 청원에는 19만 5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소년법 조항으로 처벌 회피 '오해'…처벌 기준은 '형사미성년 연령'

소년법과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이 소년범들의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년법 등에 따라 범죄소년 즉 19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법 9조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연령, 즉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14세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만 14세 미만인 경우에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다.

형사처분은 ‘범죄기록’ 즉 전과가 생기는 벌금형 이상의 법정형 처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만14세 미만인 경우에는 전과기록이 생기는 벌금형 이상의 법정형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청소년 범죄자 형 감경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법은 법 적용 대상의 나이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만 19세미만을 ‘소년법’으로 보고 나이에 따라 △범죄소년(만14세~만19세) △촉법소년(만10세~만14세) △범법소년(만10세 미만)으로 분류한다.

만14세 미만인 촉법소년(만10~14세)은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분’을 받지는 않지만 경찰에 입건되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원하거나 또는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기록’이 남지 않을 뿐 형사처분 절차와 유사한 절차를 거친다.

형사미성년이더라도 범죄를 저지렀을 경우에는 경찰조사, 법원 소년부 심리,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등을 거치는 과정을 만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 처벌로 받아들일 개연성도 낮지 않다.

이 때문에 단지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형사미성년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년법이 청소년 범죄자를 성인과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미성숙한 청소년이라는 점과 전과 생성을 통한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미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의 경우 검사의 재량으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검사의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적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만14세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5년 용인에서 발생했던 ‘캣맘 사망사건’ 당시 아파트 옥상 벽돌을 던졌던 초등생들의 나이가 당시 만9세로 ‘범법소년’에 해당돼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다.

만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의 범죄행위에도 형사처벌을 할 경우 우리 형사법제상 ‘책임’의 개념이 무의미해지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형법 9~11조는 각각 형사미성년자, 심신장애인, 농아자의 행위는 ‘책임’이 감경된다고 보고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다. 범법소년까지 형사처분 할 경우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범죄 행위 모두를 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 하향 논의 딜레마…소년보호 VS 사회보호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소년법의 청소년 범죄자 형 감경 조항을 폐지하는 것으로 청소년 강력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형사미성년 기준에 미달하는 청소년의 강력범죄가 불거질 때마다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 논란이 반복되지만 이를 연령기준의 문제로만은 볼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정하는 문제는 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성숙도와 교육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 그리고 세계 각국의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충고한다.

특히 강력범죄 사건의 발생에 따른 '처벌강화' 여론으로 형사미성년 연령에 손을 댈 경우 '낙인효과' 등에 따라 범법소년들이 사회로 정상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원천 차단돼 사회에 더 큰 폐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최근 10년 사이 소년범 가운데 촉법소년(만10~14세)의 비중이나 소년범죄의 흉폭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즉 통계상으로는 소년범들의 범행 연령이 낮아진다거나 범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의 흉폭화와 저연령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몇몇 강력사건을 이유로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낮추거나 감형 조항을 폐지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은 세계 주요국에 비춰봐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 주장의 반대 논거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10세, 캐나다 네덜란드는 12세, 프랑스 13세, 독일·일본·한국 14세,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이탈리아 15세 등이다.

대신 현행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이 정하고 있는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처벌을 감경하는 조항을 일부 개정하는 등의 법 개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