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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미국 빅3 스피커제작사 YG의 플래그십 시연현장

[편집자주]

YG어쿠스틱스 ‘Sonja XV’ 시연현장 © News1
YG어쿠스틱스 ‘Sonja XV’ 시연현장 © News1
 
‘플래그십(flagship)’. 함대의 선두에 선 기함을 뜻하는데, 보통 한 브랜드의 최고 사양, 최고가 모델을 지칭한다.

오디오업계에서도 이러한 플래그십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브랜드의 기술 지향점과 제작자의 설계 철학, 제작사의 기술과 미적 감각 수준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플래그십 모델에 투입된 신 기술들이 오디오 전체 역사에 커다란 모멘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삼전동 GLV 시청실에서 국내 첫 시연회를 가진 미국 스피커제작사 YG어쿠스틱스(YG Acoustics)의 플래그십 모델 ‘Sonja XV’도 그랬다. 시연회 내내 이들이 들려준 소리와 시각적 위용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청실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음수는 물론이거니와 드넓은 사운드스테이지, 곳곳에 정확히 맺히는 각 악기들과 보컬의 이미지, 그리고 단단하고 타이트하면서 탄력 있는 저역이 대단했다. 나오는 음마다 생동감이 넘쳐났다.
YG어쿠스틱스가 밝힌 알루미늄 빌렛에서 얇은 진동판이 탄생하는 과정. © News1
YG어쿠스틱스가 밝힌 알루미늄 빌렛에서 얇은 진동판이 탄생하는 과정. © News1

YG어쿠스틱스는 지난 2002년 설립된 미국 ‘빅3’ 스피커 제작사 중 한 곳(다른 두 곳은 매지코, 윌슨 오디오)으로, 무엇보다 통알루미늄을 깍아 인클로저와 드라이버 진동판을 제작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 얇과 가벼운 스피커 유닛의 진동판을 사출이 아닌 절삭 형태로 만들어내는 그 ‘무모함’(?)에 오디오파일들마저 눈이 휘둥그래졌다. 물론 이는 정확한 재생음을 위한 창립자 요아브 게바(Yoav Geva)의 결벽증적인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이스라엘 태생의 요아브 게바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역대 최고의 대입 시험 성적을 기록한 ‘천재 소년’ 출신 엔지니어이자 오디오 마니아, 음악애호가다. 

‘Sonja XV’는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YG어쿠스틱스가 자신있게 내놓은 플래그십 스피커. ‘Sonja’는 ‘소냐’로 읽으며, ‘XV’는 ‘익스트림 버전(eXtreme Version)의 약자다. 한마디로 YG어쿠스틱스가 현재 선보일 수 있는 ‘극한, 최강의 스피커’라는 얘기다.

참고로 현행 YG어쿠스틱스의 라인업은 ‘Sonja XV’, ‘Sonja’, ‘Hailey’, ‘Carmel 2’ 단 4개로 이뤄졌는데, ‘소냐’ ‘헤일리’ ‘카르멜’이라는 모델 이름 모두 요아브 게바의 가족 이름이다. 소냐는 아내, 헤일리는 딸, 카르멜은 아들 이름이다. 이날 시연회 진행을 맡은 YG어쿠스틱스 부사장 겸 마케팅이사 딕 다이아몬드(Dick Diamond)는 “소냐가 나이가 많아 라인업을 더 늘리고 싶어도 곤란하다”고 농을 던졌다.
‘Sonja XV’. 4개 타워로 이뤄졌다. © News1
‘Sonja XV’. 4개 타워로 이뤄졌다. © News1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Sonja XV’는 YG어쿠스틱스 스피커 최초로 한 채널에 2개씩, 총 4개 타워로 이뤄졌다. 메인 타워에는 트위터 1개(고역), 미드레인지 2개(중역), 미드베이스 3개(중저역), 우퍼 1개(저역)가 달렸고, 우퍼 타워에는 메인 타워에 박힌 우퍼와 동일한 유닛이 3개가 장착됐다.

그래서 한 채널당 10개, 총 20개 유닛이 동원된 초대형 시스템이다. 덩치와 무게 역시 상당해서 두 타워의 높이가 179cm, 최대 폭이 43cm, 안길이가 72cm이며 타워 하나당 무게가 210kg이나 나간다. 총 840kg의 초중량 스피커인 것이다. 가격 역시 3억5000만원으로, 오디오쪽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가격대다.  
모듈 구성의 ‘Sonja XV’. © News1
모듈 구성의 ‘Sonja XV’. © News1

흥미로운 것은 각 타워가 ‘모듈’ 형태로 쌓여졌다는 점. 물론 각 모듈은 볼트로 강고하게 연결돼 있지만 마치 레고 블록처럼 각 모듈이 수직으로 확장되면서 성능과 스펙이 더 높아지는 설계다.

아래 모델인 ‘Sonja’의 경우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 모듈만 갖춘 ‘Sonja 1.1’, 여기에 미드베이스 유닛 모듈을 추가한 ‘Sonja 1.2’, 다시 맨 밑에 우퍼 모듈을 추가한 ‘Sonja 1.3’이 출시돼 있다. ‘Sonja XV’도 각 타워는 3개 모듈로 이뤄졌다. 주문 생산되는 ‘Sonja XV Jr.’는 메인 타워와 우퍼 타워 맨 밑에 있는 우퍼 모듈을 하나씩 뺀 ‘주니어’ 모델이다.

그러면 ‘Sonja XV’는 ‘Sonja’와는 결정적으로 뭐가 다르길래 ‘플래그십’이 됐을까. 우선 우퍼 타워의 존재다. 메인 타워에 있는 저역을 담당하는 26cm 직경의 우퍼 1개로도 모자라, 똑같은 직경의 우퍼 3개를 별도 타워에 장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역은 인간 가청영역대의 마지노선인 20Hz까지 내려간다(고역은 40kHz까지). 이는 2 타워의 ‘Sonja 1.3’과 동일한 스펙이긴 하지만, 저역이 뿜어내는 그 양감과 에너지감은 차원이 달랐다.

참고로 4웨이 밀폐형 스피커인 ‘Sonja XV’는 각 대역간 크로스오버(주파수 할당)가 1.75kHz, 337Hz, 65Hz에서 이뤄진다. 우퍼 4발이 65Hz 이하 대역을 동시에 커버하는 셈이다.
‘Sonja XV’의 핵심이라 할 벨렛돔 트위터. © News1
‘Sonja XV’의 핵심이라 할 벨렛돔 트위터. © News1


그러나 기술적으로 보면, ‘빌렛돔’(BilletDome)이라는 새로 개발한 트위터가 탑재된 점이 ‘Sonja XV’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소프트 돔 트위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진동판 안쪽에 삼발이 모양의 지지대가 있는 것이 보인다.

놀라운 것은 30mg에 불과한 이 가느다란 삼발이가 다른 유닛들처럼 알루미늄 빌렛을 파내고 깍아 만들었다는 점. 실제로 이날 시연회에서 조그만 알루미늄 빌렛과 ‘에어프레임’(AirFrame)이라고 이름붙인 깃털처럼 가느다란 삼발이 지지대가 공개되자 참석자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마디로 ‘빌렛돔’ 트위터는 소프트 돔의 평탄한 주파수 응답특성과 하드 돔(솔리드 돔)의 빠른 응답특성을 결합시킨 기술력과 창의성의 산물. 물론 오디오 제작사 중에서 빌렛 절삭을 위한 세계 최대의 초정밀 CNC 머신을 갖춘 YG어쿠스틱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딕 다이아몬드 부사장은 “빌렛돔 트위터는 10개를 만들다보면 7개만 성공할 정도로 제작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그러나 기존 트위터들에 비해 성능이 너무나 월등하기 때문에 조만간 ‘Sonja’에도 채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nja XV’ 시연 시스템 전경. © News1
‘Sonja XV’ 시연 시스템 전경. © News1

‘Sonja XV’가 들려준 사운드는 현존 최고의 하이엔드 스피커라 할 만했다. 시청에는 MSB의 DAC 겸 프리앰프 ‘Select II’, 비올라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Bravo’를 동원했는데 ‘Bravo’는 8옴에서 350W, 4옴에서 700W를 뿜어낸다.

‘Sonja XV’의 공칭 임피던스는 4옴, 최저 임피던스는 3.5옴이며 감도는 88dB. 감도가 높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4옴 스피커인데다 밀폐형 구조라 앰프는 어느 정도 파워와 댐핑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사운드 특징은 이탈감, 에너지감, 탄력감, 경쾌함 그리고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요약된다. 우선 초대형, 초중량 알루미늄 절삭 인클로저와 유닛 20개 스피커에서 음들이 너무나 가뿐하게 튀어나왔다. 어디 한 곳에라도 음들이 들러붙지 않는다.

하이엔드 스피커가 대부분 그렇지만 온기 가득한 소리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경질적이며 무기질의 냉랭한 사운드도 아니었다. 저역의 양감과 에너지감, 펀치감도 대단했는데 그 밀도가 아주 단단하고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참석자들을 향해 밀고들어오는 훅이 ‘역시’ 셌다.
‘Sonja XV’의 중고역 모듈. 가운데가 빌렛돔 트위터다. © News1
‘Sonja XV’의 중고역 모듈. 가운데가 빌렛돔 트위터다. © News1

일본의 전통 북 공연팀인 고도(Kodo)의 연주음반에서는 묵직한 타격음들이 마치 대형화면에서 삼지사방으로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졌다. 그러면서 짧게짧게 음들이 통통 튀는 그 탄력감은 역대 최고의 재생이라 할 만했다.

스피커가 탄성체처럼 느껴지긴 아마 처음이지 싶다. 엘튼 존의 보컬곡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에서는 진짜 실연 현장에 온 듯한 디테일과 공간감이 기막혔다. 맞다. ‘Sonja XV’는 YG어쿠스틱스의 플래그십답게 음들이 그냥 살아서 꿈틀대는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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