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반포주공1단지 '이사비 7천만원' 논란…"적법 vs 위법"(종합)

국토부 "위법 여부 검토"…위법시 재건축 추진 '빨간불' 우려

[편집자주]

반포주공1단지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이승배 기자
반포주공1단지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 지원에 대한 논란이 위법 여부 해석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의뢰한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적법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반면 김앤장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현대건설의 가구당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제공이 도정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앤장은 "이사비 지급은 도정법 제11조 제5항 제1호에 해당하는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동시에 도정법 제11조 제1항 및 그 위임을 받아 제정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제13제 제3항의 '금품 제공 금지' 규정에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율촌은 현대건설의 이사비 지원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율촌은 "사업참여제안서상의 무상이사비 지급은 조합 입찰지침인 공동사업시행 협약서 제39조 제4항에 의거 입찰참가자가 세대당 이사비용을 자율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것이며 시공사로 선정해 주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와 같은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공자로 선정된 후 사업 진행과정에서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그와 같은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다가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입찰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사업참여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무상이사비 지급은 절차적 위반 사항이 없으며 도시정비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포주공1단지 조합은 1973년 지어진 5층짜리 아파트 2120가구를 지상 최고높이 35층 5388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공사비 2조6000억원 등 사업비와 이주비 등을 감안하면 약 8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시공 입찰결과,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참여해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원 2292명에게 가구당 이사비 70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주비가 아닌 이사비만 1600억여원에 달한다. GS건설은 이주비를 제외한 별도의 이사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수주 의지가 대단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정부 역시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제공이 도정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율촌이 각각 다른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역시 우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토부 내에서도 현대건설이 일부가 아닌 모든 조합원에 이사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혀 도정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과 7000만원은 통상적인 이사비 범주를 넘어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법적 (위반 여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도정법은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이사비 지원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대개 1000만원 내외였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올 3월 서울 강남구 대치2구역(구마을) 재건축 수주전에서 이사비 1000만원 지원을 제안하며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며 이사비를 제공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번처럼 7000만원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며 "이 같은 지원이 앞으로 선례를 남겨 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사비 논란이 향후 두 건설사 간 법적 공방으로 확전될 경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지급이 도정법 위반으로 결론날 경우 앞으로 사업 추진일정에 영향을 미쳐 자칫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사정권에 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는 최근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등 환수제를 비켜가는 데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이주비 논란이) 건설사 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연내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이 어려워져 환수제의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