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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블랴나와 사랑에 빠질 준비 되셨나요

[안녕, 슬로베니아 ②] 사랑을 샘솟게 하는도시

[편집자주]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의 일부였던 슬로베니아를 최근 돌아봤다.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의 넓이인 소국이지만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찬 슬로베니아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류블랴차 강변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차 강변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랴나는 슬라브어 '사랑하다'(Ljubiti)라는 말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도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여느 유명 유럽 도시처럼 화려한 건축물과 야경은 없지만, 파스텔의 도시 분위기 자체가 사랑을 샘솟게 만든다.
  
파스텔 색감의 건축물들이 강변을 따라 자리해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파스텔 색감의 건축물들이 강변을 따라 자리해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는 은은한 매력을 담고 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류블랴차 강변을 따라 바로크와 아르노보풍의 건축물은 적절하게 겹쳐 줄지어 있다. 건물의 벽은 색이 바래진 건지 애초에 옅은 파스텔 색조로 칠해진 건지 알 수 없지만, 보는 눈과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류블랴차강은 이 도시 사람들의 힐링 공간이다. 방문했던 9월 말의 류블랴나 날씨는 제법 쌀쌀했지만, 사람들은 강변에 있는 카페 야외 테라스나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수많은 카페를 봐왔지만, 이들에게선 우리에게 없는 넉넉한 여유가 느껴졌다. 

프례셰렌 광장. © News1 윤슬빈 기자
프례셰렌 광장. ©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 여행은 프례셰렌 광장에서 시작된다. 유럽의 광장들이 그러하듯 상징적인 인물의 동상이 중심을 지키고 서 있다. 이 광장에 있는 동상의 인물은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1800~1849년)이다. 슬로베니아 국가인 '축배'의 작사가로 그의 사망일은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국민적으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상징성만으로 그가 광장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류블랴나다. 그도 '사랑'과 연관돼 있다. 그것도 가슴 절절한 짝사랑이다. 동상의 시선을 따라보면 어느 집의 창가로 향한다. 그곳엔 창밖을 내다보는 여인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는데, 그녀의 이름은 율리아다.

프례셰렌 동상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건물에 조각된 율리아 조각상.© News1 윤슬빈 기자
프례셰렌 동상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건물에 조각된 율리아 조각상.© News1 윤슬빈 기자

변호사였던 프례셰렌은 병을 얻은 후 일을 그만 두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한량처럼 살고 있는 그의 나이 33세, 우연히 성당에서 부유한 상인의 딸 율리아를 본 후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신분과 나이 차이로 끝끝내 고백 한 번을 못한 채 48세에 죽기 전까지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결국,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율리아에 대한 짝사랑의 열정을 승화시킨 수십 편의 주옥 같은 시가 탄생했다. 

코 바늘 뜨개질로 만들어진 하트 모양의 장식© News1 윤슬빈 기자

광장을 지나 도시 구석구석을 돌다 보면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곳곳에서 '사랑'이 묻어난다. 구시가지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상점엔 '하트'모양이 넘치고 왠지 모르게 눈이 가는 분홍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피자를 먹으며 사진 찍어주는 연인© News1 윤슬빈 기자
피자를 먹으며 사진 찍어주는 연인© News1 윤슬빈 기자
꽃을 들고 류블랴나 구시가지를 걷고 있는  한 여성의 뒷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꽃을 들고 류블랴나 구시가지를 걷고 있는  한 여성의 뒷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수많은 연인의 사랑의 약속이 담긴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즈마이스키 모스트© News1 윤슬빈 기자
수많은 연인의 사랑의 약속이 담긴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즈마이스키 모스트©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차 강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1910년에 건설된 용의 다리인 '즈마이스키 모스트'에서 100m 정도 걸으면 수많은 연인이 사랑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자물쇠 다리인 '메사르스키 모스트'가 나타난다. 

주변의 석조 다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세련된 모습이다. 2010년에 완공된 신식 다리로, 일부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자물쇠를 잠그지 못해도, 주렁주렁 얽힌 자물쇠에 담긴 사랑의 메시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유물 발굴이 한창인 류블랴나 신시가지© News1 윤슬빈 기자
유물 발굴이 한창인 류블랴나 신시가지©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는 '사랑'으로만 묶기엔 분명 아까운 도시다. 이 곳은 과거 로마시대의 에모나(Emona)라는 로마 도시로 시작했다. 격자구조의 전형적인 로마 도시의 면모가 뚜렷하다. 각 구역마다 집이 네 채씩 모여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과 신전(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이유를 두고 "땅을 파면 유물 천지라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류블랴나도 로마 도시였기 때문일까. 최근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신시가지 일대 공사가 시작됐는데 땅을 팠더니, 고대 유물이 발견됐다. 개발은 중단됐고, 전면적으로 유물 발굴 태세로 바뀌었다.

1144년 건축된 류블랴나 성© News1 윤슬빈 기자
1144년 건축된 류블랴나 성© News1 윤슬빈 기자
460도 전망의 '전망타워'에 오르면 붉은 지붕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 News1 윤슬빈 기자
460도 전망의 '전망타워'에 오르면 붉은 지붕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 News1 윤슬빈 기자

류블랴나 도시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류블랴나 성으로 향하자. 언덕에 있는 성은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만날 수 있다. 1144년에 건축된 성은 15세기 합스부르크 왕국은 오스만제국을 공격을 막기 위한 재건을 거쳐 17세기 이후 요새와 병원으로 쓰였다. 1905년 류블랴나 시에서 사들인 이후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결혼식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360도 전망이 펼쳐지는 '전망 타워'에 오르면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류블랴차강과 붉은 지붕들의 향연을 만나게 된다. 날씨가 좋다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율리안 알프스산맥의 환상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구시가지에 비치된 냉장고 자석들© News1 윤슬빈 기자
구시가지에 비치된 냉장고 자석들© News1 윤슬빈 기자

◇꿀떨어지는 여행정보

슬로베니아에선 기념품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보다 '지름신'(충동구매)을 주의해야 한다. 눈과 손이 가는 아이템들이 넘친다. 슬로베니아는 소금, 꿀, 레이스가 유명해 이 세 가지를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어딜 가나 있다. 여기에 냉장고 자석(마그넷)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도시별로 상징하는 앙증맞은 자석은 꽤 섬세하고 디자인도 독특하다.

▲취재협조=슬로베니아관광청(www.slovenia.info), 터키항공(p.turkishairlin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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