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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제주공항 이·착륙 안전 구조적 체크 필요하다

[편집자주]

뉴스1 © News1 
지난 9월 28일 제주 공항에서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질주하던 비행기가 교차 활주로에서 움직이는 다른 항공기를 보고 급정지하는 아찔한 소동이 벌어졌다. 아마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순간적으로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랜딩기어(바퀴)만 파손됐을 뿐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그렇다고 이 소동은 단순한 사고로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제주공항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의 일단이 노출된 것이라고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

해안에 위치한 제주공항은 두 개의 활주로가 교차하고 있다. 동서 방향의 주(主) 활주로는 길이가 3750m로 보잉747 등 대형 여객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비행기가 이 활주로를 이용한다. 남북 방향의 보조 활주로는 길이가 1910m로 대형 비행기 이·착륙에 맞지 않다. 주 활주로와 교차하기 때문에 기상 상황 등으로 부득의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 매체가 보도한 사고 경과를 재구성해 본다. 이날 오후 3시 35분쯤 승객 185명을 태운 제주항공7C510편 보잉737-800 비행기가 관제탑의 이륙 허가를 받고 주(主)활주로의 서쪽 끝으로 진입하여 동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활주로 주행 속도가 시속 200㎞를 넘었을 때 제주항공 조종사의 눈에 보조 활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1대가 보였다. 해군 6전단 소속 P-3항공기였다. 순간 제주항공 조종사는 급제동을 걸었다.

제주항공 보잉737 비행기는 두 활주로의 교차 지점 600m를 앞두고 가까스로 멈춰 섰다. 바퀴가 파손된 것을 제외하면 동체도 승객도 무사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주항공 조종사는 관제탑의 이륙허가를 받아 비행기를 이동했지만, 활주로 주행 중 급정지 한 것은 조종사 자신의 판단이라고 한다.

이날 소동으로 제주공항에 착륙하려던 비행기 15편이 회항, 25편은 착륙이 지연됐다. 또 제주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45편이 제때 뜨지 못했다. 1만여 명의 승객이 회항과 출·도착 지연으로 불편을 겪었다.  

사실 나도 그날 소동으로 불편을 겪었다. 제주에 볼 일이 있어 오후 3시 30분 김포 출발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손님을 태우고 출발했지만 유도로(택시웨이)에서 멈춰서더니 꼼짝하지 않았다. 승무원이 기내 방송을 통해 알려준 정보는 “제주공항 활주로가 폐쇄되어 이륙할 수 없으니 관제탑의 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륙이 거의 100여 분 지체된 후인 5시20분 김포를 출발할 수 있었다.  

제주공항에 착륙한 후 인터넷 뉴스 검색을 통해 전후 사정을 알고는 그날 내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며 비행기 또한 바퀴 하나 터진 것뿐이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집어 말하면 그날 그 순간 제주공항엔 비행기 충돌 사고의 그림자가 잠시 드리웠던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날 소동의 원인과 정황이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서 소명해야 다시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날 소동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제주항공 기장은 보조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해군 비행기를 보고 어떤 위험을 느꼈고, 급정지하면서 어떤 위험을 걱정했을까? 관제탑이 주 활주로에 이륙하는 비행기가 있는데도 해군 P-3 항공기 조종사에게 활주로 이동을 허가한 것인가, 아니면 해군기가 활주로에 있는데도 제주항공 비행기의 이륙허가를 내린 것인가? 이런 식의 비행기 이동이 관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것인가? 제주공항은 해군초계기 기지다. 평소 제주공항 관제소와 해군 기지간의 소통은 원활한가? 이 소동이 벌어진 후 철저하고 객관적인 원인규명이 되도록 국토교통부 당국과 해군 사이에 굴절 없는 조사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가?

제주공항이 소홀히 할 수 없는 관제 사각을 안고 있음을 이번 소동이 잘 말해준다. 2015년 12월 12일 오후 6시 50분 제주공항 관제탑의 통신장비가 51분간 작동되지 않아 착륙하는 비행기와 관제탑의 교신이 두절된 적이 있었다. 비행기 이·착륙이 몰려 있는 시간대에 벌어진 이 사고는 유선통신으로 출발지 공항에 연락하여 비행기를 불러들이는 아찔한 51분이었다.  

제주도는 높이 2000m에 육박하는 한라산이 솟아 있는 섬이다. 평소 기상변화가 심하고 비행기에 치명적인 난기류(windshear)와 측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주말이나 연휴기간에 비행기가 몰리면 1시간에 비행기 이·착륙 회수가 34회를 넘기는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관제사의 능력을 벗어날 수 있고, 사소한 실수가 비행기 안전운항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 제주공항은 효율성과 안전성이 충돌하는 한계 상황에 있는 것 같다. 여러 부처가 얽혀 일을 하는 공항의 특성상 사고 원인 규명보다 사고 수습에 중점을 둘까 우려스럽다. 이번 사고를 미봉책으로 막으려 한다면 언젠가 화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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