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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범죄도시' 임형준 "12년만에 오디션보고 합류, 그만큼 간절했다"

[편집자주]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영화 '범죄도시' 5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돌풍에는 마동석 윤계상의 주연 존재감은 물론, 극을 꽉 채우는 조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러 '무지막지'한 살기를 내뿜는 배우들 사이 임형준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과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했던 임형준은 '범죄도시'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놀라움을 전한다. 반가운 얼굴에 미소지을 뻔했지만, 임형준은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범죄도시 안의 야수들과는 다른 인물. 이수파, 장첸파, 한국조폭 등 야수들의 먹고 먹히는 관계의 가운데에 있다. 야수들 앞에서 공포에 질린 그의 눈빛과 표정은 범죄도시의 살벌한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해낸다. 다른 인물들처럼 액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면연기와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었다. '범죄도시'가 연일 흥행 소식을 전하던 날, 기쁨과 안도한 얼굴의 임형준을 만났다. 

Q. ‘범죄도시’가 흥행 중이다. 기분이 어떤가.

“사실 흥행까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는데 무척 기쁘다. 나는 ‘범죄도시’에 어렵게 합류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 후보 근처에도 못 가는 상황이었다. 절친한 마동석을 통해 이 영화가 준비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본을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제작진이 나와 만날 생각을 할까 고민했다. 나는 이미 얼굴도 알려졌고, ‘선입견’도 있는데 나를 캐스팅하려 할까 싶었다.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에는 거절을 당했다.”

Q. 미팅을 하기도 전에 거절을 당한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연출부 전부가 반대했다고 하더라. 영화 색깔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많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고 이렇게 못 하게 되나 싶었다. 그러다가 ‘임형준이라는 배우가 신인도 아닌데 이렇게 작품에 열의가 있으면 한번 만나라도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감독님과 만났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셨다고 하더라. 조선족보다 형사 쪽이 더 낫겠다는 이야기도 했고, 난 뭐든 감사하다고 했다.”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Q. 도승우 역할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나는 도승우 역할을 가장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조감독이 ‘도승우라는 인물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일주일 후에 도승우 역할을 나름대로 준비해서 오디션을 보러갔다. 12년 만에 오디션을 본 것 같다. 마지막 오디션이 ‘가문의 위기’ 때였나. (웃음) 이상하게 하나도 떨리지가 않았다. 너무 간절해서 그런 것 같다. 떨리지도 않고 연기를 했다. 그리고 도승우 역할을 만났다. 내가 주연도 아니고 ‘핫’한 조연도 아니고, 못하면 정말 영화에 민폐끼치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Q. 간절함이 이 영화에 합류할 수 있도록 만든 것 같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다 간절했다. 주연인 윤계상도 여러 영화를 많이 했지만 ‘범죄도시’에서는 더욱 과감한 도전을 했다. 많은 부담감을 안은 상태에서 연기를 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봐도 그의 의지가 보였다. 이렇게 유명한 배우도 간절하게 하고 있구나 싶었다. 양태(김성규 분)나 위성락(진선규 분) 등은 말할 것도 없이 이미 전투력이 뭐든지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 앙상블이 잘 어우러져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Q. 앞서 본인이 말한 ‘임형준에 대한 선입견’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불쌍하고 측은한 이미지? (웃음) 예능을 해도 그래보인다고 하더라. 감독들에게는 옛날 B급 조폭 코미디에 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웃긴 배우 그 정도로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코미디로 알려졌지만, 코미디 연기가 강점인 사람은 아니었는데, 영화들이 워낙 흥행하다보니 그 이미지에서 못 헤어나오는 것 같았다. 여러 역할을 하고 연기자로서 성취감을 얻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다.”

“다른 장르 영화 감독님들을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뭐랄까. 이 바닥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이제 다른 것 하라’고.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은 하지 않지만, 상황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제 연기를 안 한다고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 더 위축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싫었다. 마동석 형은 형이 한국에 왔을 때부터 친했다. 친해서 짐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 무슨 작품보고 있냐’고 물을 사람이 마동석 밖에 없었다.”

Q. 어떤 마음으로 버텼나.

“자존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나. 다만 내가 후회할 것 같아서 버텼다. 지금 내가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접는다면, 더 나이를 먹은 후에 ‘그때 왜 못 버텼지?’ 후회가 올 것 같아서 갈등했다. ‘버티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데 사실 버티는 것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 배우로서 나를 인정해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늘 용기를 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버텼다.”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Q. ‘범죄도시’를 통해 어느 정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나.

“어느 정도는. 도승우는 극중 깡패가 아니다. 가리봉동에 정착한 조선족 1세대 주민이다. 극에서도 노래방 주인이 날보고 그러지 않나. ‘넌 깡패처럼 왜 그러냐’고. 그 동네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는데, 조직들의 이권 다툼에 휘말리게 된다. 장첸(윤계상 분)은 내가 동네 주민들과 잘 아는 사이니까 이용하려 한 거다.”

“전부 다 깡패인데 혼자 깡패가 아니지 않나. 그 점이 일단 좋았다. 내가 진선규 김성규 이런 배우들 어떻게 이기나. (웃음) 일단 내가 위성락 같은 인물로 나오면 관객들이 이질감을 가질 수 있는데, 도승우라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내게 가졌던 이미지나 편견을 벗는데 도승우가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해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 나의 ‘이미지’를 통해 평가받는 것이 아닌, 뭘 하든 연기로서 평가받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 목표다.”

Q. ‘범죄도시’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이런 감독님을 처음 봤다. 배우들하고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눴다. 솔직히 말해서 조연인데 감독과 이렇게 대화를 많이 나눈 적이 있었나 싶다. 그게 우리 영화 감독님의 최고의 장점이었다. 배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주는 감독이었다. 한번은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간절한 사람과 하고 싶어서’ 나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도 오래도록 기다린 작품이고 얼마나 간절했겠나. 자기가 간절하면 유명한 사람하고 작업하고 싶지 않을까. 그런데 나라는 배우의 간절함을 봤다는 것. 그것이 참 대단하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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