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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기술의 포칼 '에보'(EVO) 2기종 비교시청

[편집자주]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 © News1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 © News1

프랑스 스피커 전문 제작사 포칼(Focal)이 새로운 '에보'(EVO) 모델 2종을 선보였다. 기존 '유토피아'(Utopia) 시리즈 중 '마에스트로'(Maestro)와 '스칼라'(Scala)를 각각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Maestro Utopia EVO)와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Scala Utopia EVO)로 업그레이드시킨 것. 'EVO'는 혁명, 진화를 뜻하는 영어단어 '에볼루션'(Evolution)에서 따왔다. 1980년 설립 이후 '기술의 포칼'로 불리고 있는 브랜드답게 이번 '에보' 2기종에는 그동안 축적해온 포칼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것으로 보인다.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는 4개 드라이버가 전면에 달린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가운데 트위터를 사이에 두고 위쪽의 중역대 드라이버와 아랫쪽 우퍼 2발이 각각 별도 인클로저에 수납, 전체적인 모습이 정면을 향해 등을 구부린 점이 외관상 가장 큰 특징이다.

고역대를 책임지는 1인치 역돔형 트위터는 포칼이 자랑하는 베릴륨 소재이며, 16.5㎝(6.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와 27㎝(11인치) 우퍼 2발은 모두 'W 샌드위치 콘'이다. 아랫쪽 우퍼에는 '유토피아' 시리즈 처음으로 청취환경에 맞춰 베이스 양을 조절할 수 있는 'MDS'(Magnetic Damping System)가 채택됐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25Hz~40kHz(+,-3dB), 감도는 93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3.1옴)이며, 크로스오버는 280Hz와 2.2kHz에서 이뤄진다. 최저 저역대는 21Hz(-6dB)까지 떨어진다. 저역 보강을 위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바닥면에 나있다. 권장 앰프출력은 80~600W. 높이는 1470㎜, 폭은 455㎜, 안길이는 770㎜, 무게는 116㎏에 달한다. 해외 소매가는 6만4999달러로 책정됐다.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 © News1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 © News1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는 외관상 아랫쪽 우퍼가 1개인 점에서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나머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똑같다. 주파수 응답특성은 27Hz~40kHz(+,- 3dB), 최저 저역대는 24Hz, 감도는 92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최저 3.2옴), 크로스오버는 220Hz와 2.4kHz에서 이뤄진다. 권장 앰프출력은 40~500W, 높이는 1247㎜, 폭은 393㎜, 안길이는 670㎜, 무게는 85㎏이다. 해외 소매가는 3만9999달러.  

그러면 '에보' 모델이 전작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일단 겉보기에는 맑고 깨끗한 고역을 책임지는 베릴륨 트위터와 가볍고 강성이 높으며 댐핑력이 좋은 'W 샌드위치 콘' 등은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칼에 따르면 인클로저와 드라이버, 내부 배선 등이 새롭게 바뀌었고, 네트워크 관련 부품들도 더욱 개선됐다. '그랜드 유토피아'나 '스텔라 유토피아' 같은 플래그십 모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바이와이어링(바이앰핑) 시스템이 채택된 것도 각 유닛을 나눠 구동하고픈 유저들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만하다. 

기존 '유토피아' 시리즈를 빛나게 했던 핵심 기술들도 업그레이드됐다. 서스펜션과 보이스코일 주위나 유닛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왜곡을 줄여 음상을 또렷하게 해주는 'NIC'(Neutral Inductance Circuit·중립인덕턴스회로)는 보이스코일을 공중에 띄워 왜곡을 전작에 비해 5dB 감소시켰다. 미드레인지 유닛의 공진을 줄여 음의 선명도를 높이는 'TMD'(Tuned Mass Damper·동조질량감쇄장치)에는 얇은 링을 둘러 유닛의 움직임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밖에 인클로저 색상이 더욱 다채로워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메탈릭 블루, 브리티쉬 레이싱 그린, 애쉬 그레이, 블랙 래커, 커래러 화이트 등 총 5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마감 상태는 모두 '슈퍼카' 도장급이라는 게 포칼의 설명이다.  

두 '에보' 모델을 연이어 들어봤다.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에는 스위스 골드문트의 'Telos 590 NextGen' 인티앰프를 물렸고,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에는 역시 골드문트의 프리앰프 'Mimesis 22H NextGen'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Telos 1000 NextGen'을 물렸다. '스칼라 에보'에 물린 인티앰프는 215W, '마에스트로 에보'에 물린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365W(이상 8옴 기준) 출력을 낸다.  

우선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로 들어본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시리우스'(Sirius)와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는 록공연 현장에 온듯한 현장감을 그대로 선사했다. 좌우 사운드스테이지가 무척 넓게 펼쳐졌으며, 킥드럼의 둔탁한 타격음이 대단했다. 일렉트릭 사운드 특유의 거칠고 야생마같은 에너지감이 일품. 보컬은 그야말로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술술 터져나왔다. 유닛과 인클로저가 투명하다는 느낌이 든 것도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의 매력 중 하나였다. 극도의 정숙성,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대역밸런스도 돋보였다.  

이어 들은 메이브(Meav)의 보컬곡 '원 아이 러브'(One I Love)는 디테일의 잔치였다. 입술이 포개지고 침이 그 위에서 살짝 마르는 광경이 클로즈업 화면처럼 생생하게 포착됐다.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경막이 올라가는 움직임까지 연상됐다. 역시 베릴륨 트위터답다. 전체적으로 투명한 재생음이며, 음들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또한 음들을 하나하나 앞뒤로, 위아래로 포개놓는 솜씨가 기막히다.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는 매칭된 앰프의 급도 달랐지만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보다 몇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줬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순식간에 무대를 안쪽으로 깊숙히 뺀 듯했으며,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 때보다 훨씬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를 펼쳐보였다. 습기가 적절하게 관리된 쾌적한 연주회장의 공기감과 냄새까지 그대로 느껴졌을 정도.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원근감 뿐만 아니라 위아래 높이마저 상당히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지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극도의 정숙도와 투명한 레이어감도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보다 나았다. 

팝페라 그룹 일 디보(Il Divo)의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Si Tu Me Amas)에서는 콘서트홀의 천정이 아주 높게 느껴진다. 음들이 피부에 촉촉하게 와닿는 촉감이 좋다. 누긋함도 돋보인다. 볼륨이 높지 않은데도 저역대 사운드가 압력으로 가슴을 때리는 것을 보면 역시 우퍼 2발의 힘은 가공스러운 수준.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가 스튜디오에서 실연 현장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면,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는 극장에 와서 객석의 분위기까지 하나하나 음미하며 혼연일체로 즐감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셰프로 비교하자면,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에보'는 잔재주보다는 식재료의 맛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연복 쉐프다. 자신의 표정변화를 좀체 내보이지 않으면서 곡의 핵심만을 그대로 퍼올려준다. 완숙미도 돋보인다. 이에 비해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는 내놓는 요리마다 화려한 색감과 착착 달라붙는 식감을 자랑하는 샘킴 쉐프를 연상시킨다. 좀더 혈기방장하며, 좀더 모니터적이다. 사운드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오디오파일들이라면 오히려 '스칼라 유토피아 에보'가 더욱 마음에 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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