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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집권당, 무가베에 최후통첩…"20일 탄핵"(종합)

집권당, 무가베 대표직 박탈 뒤 "당장 사임하라"
"아내 그레이스는 제명…권력분산 개헌 추진"

[편집자주]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 AFP=뉴스1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 AFP=뉴스1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정오까지 퇴진하지 않는다면 그를 탄핵하겠다고 짐바브웨 집권당이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가베 대통령을 향한 이 같은 '최후 통첩'을 내놨다.

회견을 진행한 ZANU-PF 중진 의원인 패트릭 차이나마사는 무가베 대통령이 20일 오후 12시(한국시간 20일 오후 7시)까지 자진 사임하지 않는다면, 당이 그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ZANU-PF는 이에 앞서 당 지도부 회의를 열고 무가베 대통령의 대표직을 박탈한 뒤 그 자리에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앉히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이 41세 연하 아내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다가 걸림돌이 되면서 경질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권력 중심에 서게 됐다.

이번 당 지도부 회의는 "무가베가 당장 짐바브웨 대통령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차이나마사 의원은 전했다.

차이나마사 의원은 또 ZANU-PF가 향후 짐바브웨 헌법을 개정해 '권력 일원화라는 개념'을 없애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무가베의 아내인 그레이스의 경우 당에서 제명됐으며, 그 이유는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 때문이라고 차이나마사 의원은 설명했다.

무가베와 아내 그레이스. © AFP=뉴스1
무가베와 아내 그레이스. © AFP=뉴스1

ZANU-PF 측은 그레이스를 포함해 '다른 많은 사람들'이 기소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여기에는 당 부대표였으나 이날 회의를 통해 해임된 음포코 등 여러 무가베 측근이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서 ZANU-PF 당직자인 오베르트 음포푸는 "우리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무가베를 '떠나는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무가베의 아내와 측근들은 권력을 찬탈하고 국가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무가베의 노쇠한 상태를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은 거스를 수 없는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 짐바브웨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의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은 물론 의회 다수당인 ZANU-PF 지부 10곳 중 9곳이 무가베의 퇴진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날 쿠데타를 지지하는 최대 세력인 짐바브웨 해방전쟁 참전용사협회의 크리스 무츠방와 회장은 "ZANU-PF가 무가베를 대통령직에서 축출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짐바브웨 군부 쿠데타는 이날로 발생 엿새째다. 군부는 탱크와 병력을 동원해 하라레 거리와 의회, 대통령 사저를 점령하고 무가베를 가택 연금했다.

이는 무가베가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경질하고 아내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하면서 촉발됐다. 음난가그와는 그레이스의 권력 승계를 반대하던 군부로부터 암묵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이전부터 그레이스와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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