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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소 연관성 놓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물 주입량, 사전 징조, 발생 시기 볼 때 의심스러워"
vs "본진과 600m 거리…물 주입 때 미소지진 관측"

[편집자주]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포항지역 임시지진관측망 운영과 미소지진' 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포항지역 임시지진관측망 운영과 미소지진' 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경북 포항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가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의 원인일 가능성을 놓고 국내 최고 지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가 지열발전소와 포항 지진의 연관성에 대한 정밀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지질학회 등 4개 학회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강태섭 부경대 교수, 홍태경 연세대 교수, 장찬동 충남대 교수는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에 주입한 물의 양, 사전 징조, 포항 지진 발생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라고 보기 의심스럽다고 분석했다.

지열발전은 땅속에 물을 주입해 지열로 물이 데워지면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 2012년 9월부터 물을 넣는 주입정과 물을 빼내는 생산정 2개 시추공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했다.

강 교수는 "세계적으로 물의 주입에 의한 지진 관측 사례에 비춰볼 때 포항 지진모멘트에 상응하는 물의 주입량은 수백만톤인데 포항 지열발전소가 주입한 물의 양은 누적 수만톤으로 격차가 상당히 크다"며 "단순히 물의 주입 만에 의한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컵에 물을 따르면 실제로 가득 차서 넘칠 때부터 사건이 발생하는데 넘치지 않는 한 물을 붓는 것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그 원리를 부연해 설명했다.

홍 교수 역시 "지열발전소 주관기업인 ㈜넥스지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초부터 누적 1만2000㎥의 물이 투입됐다"며 "2011년 규모 5.6 지진이 발생한 미국 오클라호마는 수년간 엄청난 유체를 주입했다. 포항의 경우 물주입량이 규모에 대비될 만한 수준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홍 교수는 "물 주입에 따라 규모 5점대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4점대 지진 10회, 3점대 지진 100회, 2점대 지진 1000회가 예상된다"며 "포항의 경우 규모 2점대 지진이 3회, 3점대가 1회 발생했는데 그 다음에 규모 5점대가 발생한 것은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다면 물 주입 후 곧바로 또는 적어도 일주일 안에 지진이 발생해야 했는데 마지막 물 주입 2달 후 포항 지진이 난 것은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궁금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포항 지진은 고압유체의 영향을 받아 발생했던 지진 사례의 일반적인 패턴과 다르다"면서도 "그 지역이 이미 위태로운 상태에 도달해 있어 작은 원인에도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들의 포항지진 관련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자들의 포항지진 관련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2017.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반면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앞서 포항 지역에서 관측된 (규모가 작은) 미소지진 발생 추이와 5.4 지진 발생지점과 지열발전소 간 거리 등을 토대로 지열발전소 건설이 포항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는 규모 5.4 본진으로부터 약 600m 떨어진 곳"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산대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경북과 울산 지역에 미소지진 관측망을 운영했는데 2016년 1월29일부터 올해 9월18일 까지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미소지진이 동반됐다"고 밝혔다.

이어 "물 주입과 미소지진 활동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 가동 간의 상관관계를 아직 확신할 수 없으나 추론 가능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유발지진은 인위적인 개입이 전체적인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방아쇠(trigger)역할을 했다는 뜻"이라며 "알지 못하는 요소가 있는 가운데 물이 유입되면서 단층대 마찰력이 낮아져 움직이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연구에 따르면 주입한 물의 양보다는 한달에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주입하느냐가 유발지진에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앞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열이 낮아 외국보다 훨씬 깊은 4.5km까지 구멍을 뚫었고 그에 따라 수압이 높아져 암석이 쉽게 깨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된 시각을 제시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선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진한 교수는 "과학자들은 몇 가지 사실이 관찰되면 과학적 모델을 만드는데 이는 최종평결이 아니라 계속해서 테스트 되고 수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섭 교수도 "국민들은 간단한 답을 원하지만 과학의 영역이 복잡해 어느 한 가지에 확신을 갖기 대단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열발전소와 규모 5.4 포항 지진의 연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포항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추후 지열발전소 건설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진한 교수는 "장소 선정이 잘못됐다"며 "지표에 노출되지 않은 단층을 찾으려면 정교한 탐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찬동 교수는 "부분적으로 반대한다"며 "얼마나 압력이 올라가면 지진이 발생하는지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열발전을 하더라도 압력을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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