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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부산의 과거와 현재 담은 영화 감독 박희준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다이아몬드베이 요트 주무대 '느와르'
“진부한 겉멋? 자아찾는 과정”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운명그려

[편집자주]

<뉴스1>과 인터뷰 하는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박희준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뉴스1>과 인터뷰 하는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박희준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 범일동 안창마을과 부산항 제7부두, 새까만 밤바다 위로 별빛을 수놓은 부산항 대교와 광안대교 야경, 여기에 화려한 요트까지.

기존 영화에서는 다소 거칠게만 표현됐던 부산의 명소가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는 박희준 감독(46)이 태어나고 처음 영화를 꿈꿨던 고향 '부산'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제작진과 스태프들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부산에서 촬영지를 물색했었다. 

그는 13년만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메가폰을 잡았다. 박 감독은 2003년부터 '돌아와요 부산항애' 시나리오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느와르에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린 시절 서로 상처만 남긴 채 헤어졌던 이란성 쌍둥이 형제가 20년 뒤 경찰과 범죄조직 후계자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뉴스1>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소재를 진부하다 평가하는 일부 의견을 시원하게 인정하면서도 영화 이면에 담긴 메시지를 눈여겨 봐야한다고 역설했다. 

소재는 소재일뿐 진짜 키워드는 "절망의 중심 한 가운데서 발견하는 희망, 과거와 현재의 공존, 자아실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순수함이 충만했던 과거를 회상시키고 각자가 지니고 있던 본연의 마음을 돌이켜 갈등을 회복해내는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습과 잃어버린 가족애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

박 감독은 2001년 SF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 '천사몽'으로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아시아 감독 최초로 프랑스 발렌시엔느 국제액션 모험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한국영화 최초로 전 세계 40개국 이상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박 감독의 첫 느와르 작품인 '돌아와요 부산항애'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박희준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박희준 감독. © News1 여주연 기자.

다음은 박희준 감독과의 일문일답.  

― 조폭과 경찰 그리고 형제간 갈등, 사랑…몇 가지 키워드만 놓고면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많이 쓰여왔던 소재고 겉만 보면 진부하다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이있게 들여다 보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 주인공 태성과 태주가 이란성 쌍둥이라는 인물 모티브는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Jacob)과 에서(Esau)쌍둥이 형제에 배경을 두고있다. 야곱은 욕심도 많도 나올 때부터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와 장자가 되고 싶어했다. 태성이 바로 커다란 욕망을 지닌 그런 존재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것이 돈이라 여기고 오직 돈이 세상의 전부라 믿는다. 반면 형인 태주는 모범생 코스를 밟고 성장해 경찰이 된다. 이 영화는 태성이라는 인물이 진정한 구원의 의미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 그런 자아를 찾는 과정이 영화 속에 숨겨진 장치나 인물의 내적 갈등으로 표현되는 건가?

▶영화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기 보다 그런 측면에서 감상한다면 이해가 수월하다. 하지만 그냥 감상한다면 관객에 따라서는 단순한 조폭영화로 느껴지기도 하고 '수없이 봤던 영화'라 여길 수도 있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영화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면 대사 속에서도 앞서 말했던 의미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여자 주인공 '찬미'도 쌍둥이 형제 사이에서 다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보이는데?

▶두 형제 사이에서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다. 자신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고 쌍둥이가 좋아하는 상대이자 친구이기도 하다. 삼각관계 같지만 그 사이에는 엄연히 경계가 있다. 커다란 비밀이 있기 때문에 쌍둥이도 찬미도 서로 다가가지 못한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끝까지 두 형제를 지켜주는 '마더(mother)'와도 같은 그런 존재다. 절망의 순간 한 가운데서 차고 올라오는 희망같은 존재인 것이다.

― 관객들에게 던지는 어떤 특정한 메시지가 있나? 

▶영화를 통해 어떤 특정한 교훈을 주고싶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행복은 여러가지 형태가 있다. 찜질방에 가서 삶은 달걀을 먹어도 누군가는 지금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죽었을 때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가장 행복한 천국은 역시 가족들과의 시간일 것이다. 영화 제목 '돌아와요 부산항애(愛)'에 붙는 마지막 글자는 사랑애(愛)다. 순수의 시대로 돌아가는,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겉멋만 든 진부하다 표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또다른 시각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돌아와요 부산항애'가 부산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부산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많이 찍었는데 2가지 의미로 다뤘다. 하나는 화려하고 번화한 도시 부산. 또 하나는 발전이 덜 된 채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과도기에 머무른 도시다. 배경이나 장소는 와이드 샷으로 많이 찍었다. 하지만 인물들은 클로즈업이 많다. 카메라가 뒷모습을 잡는 장면도 자주 보일 것이다. 이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한계적인 부분,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을 각 인물의 클로즈업을 통해 나타내려 했다. 그런 공간들을 부산 도심 안에서 많이 찾아 헤맸다. 기존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부산의 장소가 많이 나온다.

― 영화 안에서도 다소 특별하게 다뤄진 부산에서의 촬영지가 있나?

▶범일동 안창마을 골목이다. 항공촬영을 했고 배우들이 지붕을 뛰어넘는 장면이 나온다. 40년 된 새들원이라는 고아원은 현재 폐쇄된 건물 1개동만 남아있지만 옛 느낌이 많이 남아 보육원을 배경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았다. 그런 곳을 많이 찾았다. 사람들은 항상 도심에서 바다를 바라보지 않나. 우리는 바다의 시선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장면을 앵글에 담으려 했다. 삼주 다이아몬드베이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태성이 요트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바다 위에서 직접 요트를 운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존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흔히 고급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지만 '돌아와요 부산항애'에서는 요트를 타고가면서 1976년에 발표된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원곡이 흘러나온다. 굉장히 달라진 현시대를 70년대 음악과 독특하게 매치시켰다. 이는 볼만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 감독이 부산과의 인연이 깊고 영화를 처음 시작한 곳도 이곳 부산이었다고 들었다. 

▶스무살 때부터 홀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찍으러 다녔고 주변 친구들을 모아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부산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 부산에서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데뷔도 했다. 부산은 나에게 영화에 대한 영감을 준 도시다. 시나리오는 2003년도에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를 좋아했다. 난 홍콩 느와르물 세대다. '영웅본색'을 보면서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다. 한국정서가 담긴 느와르물을 직접 제작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일반 느와르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주인공 태성이 현실에 부딪히면서 신을 찾아가듯이 나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인 듯 하다.

―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게 있다면?

▶흩어진 가족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굉장히 격변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있는데 이 영화는 다소 느리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인물의 감정에 이입되어 본다면 영화 내래이션이 흘러나올 때 또다른 희망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수 조용필을 국민가수로 만들어준 '돌아와요 부산항에' 원곡을 영화에 삽입했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부산의 공간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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