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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좌를 움직여 산천의 악 물리치고"…장군의 칼 '삼정검'

三精 육해공이 호국·통일·번영…귀신쫓는 주문새겨
신군부 '삼정도' 첫 수여…盧정부 '삼정검'으로

[편집자주]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1/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준장 진급자 56명에게 직접 수여한 '장군의 상징' 삼정검(三精劍)은 조선시대 왕이 무공을 세운 장수에게 하사한 사인검(四寅劍)에서 유래했다.

사인검은 12간지 중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 자가 4번 들어가는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인시(寅時·새벽 3~5시)에 만든 칼이다. 호랑이 힘을 빌려 귀신을 물리쳐 왕실과 궁중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뜻을 담았다.

삼정검은 원래 삼정도(刀)라 불렸다. 양날인 삼정검과 달리 삼정도는 외날이다. 삼정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한 5공화국 신군부의 유산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1983~1985년 서양식 칼 모양 삼정도를 제작해 대통령이 재가한 장성 직위자와 주요 부서장에 수여했다. 1986년엔 전체 장성에게, 1987년부터는 준장 진급자에게도 수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사적 고증 면에서 전통성 및 상정성이 미흡하다며 '삼정도의 질을 높이라'고 지시하며 2007년 사인검 형태로 모양이 바뀌고, 이름도 '삼정검'으로 달라졌다.

삼정검 칼날 앞면엔 문 대통령 자필 서명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 하면 죽는다)가 새겨져 있다.

뒷면엔 '건강정(乾降精) 곤원령(坤援靈) 일월상(日月象) 강전형(岡澶形) 휘뢰전(撝雷電) 운현좌(運玄座) 추산악(堆山惡) 현참정(玄斬貞)'이란 문구가 있다. '하늘은 정을 내리시고 땅은 영을 도우시니,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천이 형태를 이루며 번개가 몰아치는도다. 현좌를 움직여 산천의 악한 것을 물리치고 현묘한 도리로 베어 바르게 하라'는 뜻이다.

이는 조선시대 사인검에 '신령한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새겨넣곤 한 주문(呪文)으로 주역과 도교의 우주관을 담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1/뉴스1 © News1

현재의 삼정검은 육해공 3군이 일치해 호국과 통일, 번영의 세 가지 정신을 달성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길이 100cm, 무게 2.5kg으로 칼자루엔 태극문양, 칼집엔 대통령 휘장과 무궁화가 조각돼 있다.

준장 때 받은 삼정검은 중장, 대장으로 진급할 때는 직위와 이름, 진급 날짜가 수놓은 분홍색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대통령이 직접 달아주게 된다.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에게 삼정검을 직접 수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국방부 장관이 이를 하사해 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여식에서 "삼정검이 조선시대 전통 검인 사인검으로 제작돼 있어 더욱 뜻깊다"며 "호랑이의 기운으로 사악한 기운을 깨치고 나라를 지키는 사인검의 정신을 새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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