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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대학5길에 오늘 '박종철거리' 조성된다

도덕소공원 맞은편 옛 하숙집 골목길 100m
14일 박 열사 묘역 헌화·옛 남영동 대공분실 방문

[편집자주]

서울 관악구 대학5길에 고박종철 열사 동판이 설치돼있다. 관악구는 박 열사의 31주기를 맞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하숙집 골목(왕약국 ~ 강원약국)을 '박종철 거리'로 지정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관악구 대학5길에 고박종철 열사 동판이 설치돼있다. 관악구는 박 열사의 31주기를 맞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하숙집 골목(왕약국 ~ 강원약국)을 '박종철 거리'로 지정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故)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박종철거리'가 13일 생전에 그의 모교로 향하던 길에 조성된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대학5길에서 '박종철거리' 지정·선포식이 열린다. 

제5공화국, 군부독재의 끝자락으로 향하던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를 댕긴 민주화운동가 고(故)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 조성된 길이다. 박 열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동판 속에서 행사를 지켜본다. 

지정된 거리는 박 열사의 하숙집(대학5길 10-7)이 있던 골목길이다. 지금은 당시 박 열사가 머물던 하숙집은 없어지고 원룸건물이 들어서 있다. 거리는 대학5길 17(왕약국)부터 호암로 24길 76(강원약국)까지 약 100m길이로 조성됐다. 박 열사의 하숙집은 왕약국과 강원약국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회장이었던 박 열사는 1987년 1월 새벽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소속 경찰에 연행돼 같은 날 오전 11시20분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22세였다. 당초 경찰은 지병으로 인한 쇼크사였다고 주장했으나 부검 결과, 박종철은 욕조 턱에 목이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당국은 "책상을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실을 은폐해 온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

같은 해 6월9일에는 고(故) 이한열 열사가 '고문살인 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앞두고 서울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치며 학생운동에 앞장섰다가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희생되면서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박종철 거리' 지정사업은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관광사업추진단'이 지난해 박 열사의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구청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기획됐다. 박종철거리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는 총 7000만원으로 서울시가 5000만원, 관악구가 2000만원을 모았다.

관악구 관계자는 "민간에서 제안을 받아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사업의 일환으로 박종철거리 조성을 기획했다"며 "지난해 초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사업이 확정돼 거리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리 선포식이 있는 날, 하숙집터 맞은편 도덕소공원 인근에 세워진 박 열사의 동판 제막식도 함께 진행된다. 동판은 지난해 설치됐지만 제막식은 이날 함께 열리게 된 것이다. 그의 초상과 약력을 담은 동판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아울러 도덕소공원 앞 담장에는 박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벽화도 그려졌다.

일요일인 14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박 열사 31주기 추모제도 열린다. 행사에는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 등 관련자들과 김세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장, 영화 '1987' 제작사 우정필름 이우정 대표, 서울대·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과 뜻을 기린다.

기념사업회는 오후 2시30분 옛 남영동 대공분실인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 조사실을 방문해 헌화하고 박종철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학금은 역사공부를 하는 안산의 한 청소년동아리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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