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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가는 트럼프 핵협정 구상…파기 가능할까(종합)

NYT "反정부 이란시위, 트럼프 핵협정 계산 영향"
이란 정부 "라리자니 제재 조치에 보복할 것"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뉴스1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생명이 4개월 연장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일단 이란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앞으로 120일 간 의회와 유럽 동맹국에 이란 핵협정 보완과 수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개인과 기관 등 14건의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란 사법부 수장 사데크 라리자니도 포함됐다. 

이란 정부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권의 (라리자니에 대한)적대적 행동은 국제 사회 행동 규범의 레드라인을 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슬람국가의 심각한 반응을 불렀다"며 보복을 약속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정책과 오늘 발표는 견고한 다자협정을 약화시키는 필사적인 시도에 해당된다"며 "핵협정은 재협상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미 재무부는 라리자니가 자국 시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최근 이란 전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한 장본인도 라리자니로 알려졌다. 라리자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측근이자 현 로하니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다. 지난 2007년 10월 이란 핵협상 때는 이란 측 대표를 맡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과 사법부 수장 사데크 라리자니© AFP=뉴스1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과 사법부 수장 사데크 라리자니© AFP=뉴스1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최근 극심한 생활난이 원인이 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매체는 "이란 반정부 시위는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핵합의를 파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을 꼬이게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내정 불안을 계기로 이란 지도부를 더욱 응징하고 싶어하지만 반대로 핵합의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유럽 지도자의 인식도 확고해졌다"고 전했다.

2015년 7월 체결된 이란 핵협정 당사국 중 미국을 제외한 이란·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는 모두 협정이 존속되기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제재 완화로 들어온 자금을 이란 지도부가 테러나 무기 구입, 시민 억압과 같은 곳으로 오용한 결과라고 비판했으나 유럽 지도자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핵합의가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핵협정으로 이란 지도부는 더 이상 자신들의 실정(失政)을 미국 등 서방국의 책임으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NYT와 인터뷰에서 "이랍 핵합의 재협상은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기대할만한 것은 새롭고 독자적 협상을 유럽 등과 함께 체결하는 것"이라며 "거기에는 이란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미 행정부가 전임 정부의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강박과 레바논·시리아·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무장단체 격퇴전의 협조에도 불구 이란을 적대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외교가 아닌 군에 너무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NYT에 따르면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란 정책 설계자 조엘 래이번과 국무부 이란 정책 담당자 앤드류 피크는 모두 군 정보원 출신이다. 반대로 최근 수개월간 국무부의 비(非)군사 이란 전문가들은 점점 자리를 비우고 있다. 
 
현재 백악관은 대이란 정책의 외교 부분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해 새로운 이란 특사 임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유럽과 핵합의 협상이 가능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강경한 국제적 대응을 결집해낼 수 있는 인물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영국 측 핵협정 대표자인 시몬 그래스를 인용해 현재 EU 국가와 미국 측 관료들이 핵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 사항을 만족시키면서도 이란 핵협정을 유지하게 하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롭 말리 전 미국 측 핵협정 대표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나쁜 선택지만 제안했다. 옵션은 협정을 파기하거나 스스로 파기하겠다는 것 뿐"이라며 양측 협상단에 협정을 존속하면서 우려 사항만 손봐야지 협상이 파기하기 위한 과정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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