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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폭로 성추행 의혹 'En선생' "고은 시인 추정"

시에 노벨상 후보 거론 풍자 표현, 삼십년 선배 등 거론
류근 시인, 페이스북에 고은 실명 거론했다 '고ㅇ'으로 수정

[편집자주]

출처 :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출처 :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린 '괴물'이라는 시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또 목격했다는 경험을 표현하면서 당사자로 거론한 'En선생'의 정체가 고은 시인으로 쏠리고 있다.

문단에서는 먼저 시에 의혹 당사자가 고은 시인임을 추정케 하는 단서들이 복수로 제시돼 있음에 주목한다. 'En선생' '삼십년 선배' '노털상(노벨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때 마다' 등이 그것이다. 영어 'En'은 한국말로 '은'으로 읽힌다. 그리고 고은 시인의 알려진 생년은 1933년이고 최영미 시인은 1961년생이다. 28년차다. 

그리고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꼽히는 고은시인은 2002년부터 거의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작년에도 유력후보로 꼽혔다. 이외 소설가 황석영씨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간간이 거론됐지만 빈도나 순위 면에서 고은 시인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고은 시인.  지난해 11월10일  대전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시와 세계’를 주제로 석사 학위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강의할때 모습. 2017.11.10/뉴스1 © News1
고은 시인.  지난해 11월10일  대전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시와 세계’를 주제로 석사 학위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강의할때 모습. 2017.11.10/뉴스1 © News1

의혹 당사자로 고은 시인을 지목하는 언급들도 잇따라 나왔다. 류근 시인은 지난 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몰랐다고?'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에서 "고O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며 "최영미라는 시인께서 지난 가을 모 문예지의 페미니즘 특집에 청탁받아 쓴 시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류근 시인은 처음에 '고은'이라는 실명을 명기했다가 1시간가량 지난뒤 '고O' 시인으로 수정했다. 성이 고씨인 시인 중에서 최영미 시인이 '괴물'시에서 언급한 'En선생'과 공통점이 겹치는 사람은 고은 시인 외엔 찾기 힘들다. 그는 "19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O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외 문학평론가 최강민씨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10일 한국작가회의 총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고은시인의 성추행을 한국작가회의 원로급 수뇌부가 몰랐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한국작가회의 수뇌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라는 개인의견을 밝혔다.

류근 시인 페이스북 캡처. 위는 실명, 아래는 익명으로 고친 이후 내용. © News1
류근 시인 페이스북 캡처. 위는 실명, 아래는 익명으로 고친 이후 내용. © News1

최 시인은 '괴물'시에서 겪고 목격했다고 표현한 의혹의 당사자가 고은 시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최 시인은 최근 JTBC 뉴스에 출연해 자신의 시에 대해 "처음에 어떤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에 언급된) 그는 상습범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 상당부분 사실에 입각한 시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1>이 사실 확인을 위해 최 시인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이) 곤란합니다'라며 거절했다.

한편 고은시인에 대해서는 <뉴스1>이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자택에도 찾아가 봤지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익명으로 언급됐지만 고은으로 추정되는 원로 시인은 최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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