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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롯데, 어디로 가나 '시계제로'…월드타워점 특허도 위태(종합)

韓 황각규, 日 쓰쿠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불가피
지주사 전환도 늦어질 듯, 경영권분쟁 재점화 가능성도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News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이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이 다시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번 법정구속으로 국내에만 9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은 창립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오너 부재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비상경영체제' 돌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이 구상한 '뉴롯데' 완성을 위한 지배구조개선 작업은 물론 국내외 투자계획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법정구속으로 일본 롯데 계열사 이사직도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판부 면세점 특허 뇌물죄 인정, 월드타워점 특허도 위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낸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이번 선고로 당장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가 위태로워졌다.

관세법 제178조 2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뇌물죄 인정 판결만으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뇌물을 받고 관련 부처에 압력을 행사했고, 그 압력이 특허 심사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최종적으로 인정되면 면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 지원 요청 및 롯데그룹이 이뤄진 시기가 청와대, 기획재정부, 관세청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의 수, 공고시기 등 향후 추진 일정을 검토하고 있던 시기라는 부분에 주목했다.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신 회장이 명시적으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게 재판부 판결의 요지다.

이와 관련해 롯데면세점은 "특허 취소를 위해서는 관세법 저촉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며 "취득과정에 위법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월드타워점 특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의 면세점 사업 정상화는 신 회장이 '뉴롯데'를 표방하며 추진해 왔던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선결과제였다. 그래야만 호텔롯데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이번 법정구속은 롯데와 신 회장에게 더욱 뼈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문으로 지난해 5조9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는 2016년 처음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경영비리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그해 6월 상장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으로 면세점 실적이 악화됐다. 롯데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면세점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이유다. 실제 롯데는 이날 적자를 면치 못하던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일부 철수를 결정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차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이제 막 출범한 '뉴롯데'에도 제동이 걸렸다. 신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선고받았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이자 오너로서의 입지를 다진 만큼 그의 공백은 전 계열사 사업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2018.2.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이제 막 출범한 '뉴롯데'에도 제동이 걸렸다. 신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선고받았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이자 오너로서의 입지를 다진 만큼 그의 공백은 전 계열사 사업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2018.2.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의사결정권자 부재', 10조 규모 해외 투자 계획도 차질 전망

면세점 외에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추진해 오던 각종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해외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 상황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됐던 것이 대표 사례다. 

현재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대규모 해외 사업만 10조8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는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ECC 및 MEG 화학설비를 건설 중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을 86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한 호텔롯데는 꾸준시 확장을 시도 중이다. 또인도와 미얀마 식품 부문 인수·합병(M&A)에 약 27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도 '에코 스마트시티' 사업에만 2조원을 투자하는 복합몰단지 조성 계획을 세운 상태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법정구속이 한-일 롯데 전 계열사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경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롯데는 사드보복 등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5년 간 고용을 30% 이상 늘린 '일자리 모범기업'인데 유죄판결을 받게돼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롯데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향후 법원이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롯데 월드타워
롯데 월드타워

◇한일 롯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불가피,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도

신 회장의 이번 법정구속으로  한국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5) 롯데홀딩스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롯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비록 신 회장이 법정구속 됐지만 지배력이 탄탄한 한국 롯데와 달리 일본 롯데는 경영권 유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연전연승하며 경영권을 유지해 왔다.

신 회장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지만 지분율을 감안하면 우호세력이 와해될 경우 경영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고쥰사:光潤社)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며,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는 이유도 이같은 지분 구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온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당장 이달 27일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대홍기획 등 6개 비상장 계열사의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신 회장이 2015년 8월 처음 공언했던 순환출자고리 완전 해소가 약 2년 6개월만에 완료된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지주사 전환 작업은 향후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의 4개 사업부문(BU)인  △호텔·서비스 △화학 △유통 △식품 중 유통과 식품은 일단 지주사체제에 편입됐지만 호텔·서비스, 화학은 여전히 지주사 체제 밖에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결국 최대 위기를 넘지 못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당장 한국과 일본 롯데 원톱을 잃은 롯데가 어떤 항로를 가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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