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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커밍아웃이 날 더 키웠다" 피겨 金 에릭 레드포드

동계올림픽 최초 '오픈리 게이' 금메달리스트
캐나다 하우스서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토크쇼

[편집자주]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래드퍼드(캐나다)가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래드퍼드(캐나다)가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나의 섹슈얼리티(성적지향)는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는 나의 능력을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첫번째 커밍아웃한 동성애 선수인 에릭 래드퍼드(Eric Radford·34)는 21일 강원 강릉 캐나다 하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이후 선수로서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래드퍼드는 2014년 11월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피겨 팀이벤트 금메달, 페어 부문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래드퍼드는 "커밍아웃 후 아이스링크에 섰을 때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덜어낸 것 같았다. 더 편안했고 나를 더 넓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누구나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때 가벼워진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건 듀하멜·에릭 래드퍼드(캐나다) 조가 14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2.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메건 듀하멜·에릭 래드퍼드(캐나다) 조가 14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2.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그에게도 역경은 있었다. 래드퍼드는 "한때 동성에 끌리는 자신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커밍아웃 직전에도 '없던 일로 해야 하나'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비로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래드퍼드는 "어린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우러러볼 수 있는 누군가가 돼주고 싶었다"고 커밍아웃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올림픽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권리 옹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성소수자 선수는 래드퍼드뿐만이 아니다.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3명의 성소수자들이 선수로 참가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동메달을 딴 미국 선수 애덤 리펀(29),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미국 선수 거스 켄워시(27) 역시 커밍아웃한 게이다.

이날 캐나다 하우스에선 래드퍼드와 딘 넬슨(Dean Nelson) 프라이드하우스 인터내셔널 설립자 겸 이사,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준비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성소수자와 스포츠'를 주제로 페이스북 라이브 토크쇼를 진행했다. 프라이드하우스가 주최하고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가 후원한 행사다.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레드퍼드(캐나다·왼쪽에서 두번째)가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레드퍼드(캐나다·왼쪽에서 두번째)가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프라이드하우스는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개최지를 방문하는 성소수자들을 환영하고 스포츠 내 성소수자 차별에 대응하는 운동을 가리킨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시작돼 런던, 리우 올림픽 등에 이어졌다. 다만 2014 소치 올림픽 땐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으로 인해 개최가 무산됐다. 

설립자 넬슨은 "스포츠 세계의 성소수자 혐오(호모포비아)를 드러내고 선수들이 스폰서를 잃거나 동료·코치와 갈등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고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넬슨은 "진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두려움 없이 용기를 내는 선수는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며 "지지자가 많아질수록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데 래드퍼드는 그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21일 강원 강릉시 캐나다 하우스에서 만난 딘 넬슨(Dean Nelson) 프라이드하우스 인터내셔널 설립자 겸 이사. 2018.2.21/뉴스1  © News1 김다혜 기자 
21일 강원 강릉시 캐나다 하우스에서 만난 딘 넬슨(Dean Nelson) 프라이드하우스 인터내셔널 설립자 겸 이사. 2018.2.21/뉴스1  © News1 김다혜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2년간 준비를 통해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보도용 성소수자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고, 성소수자 차별 사례 제보를 받는다.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혐오 시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발송하기도 했다. 

프라이드하우스 평창팀은 당초 예산이 부족해 별도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의 도움으로 캐나다 하우스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들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차원의 올림픽 위원회가 프라이드하우스와 연대한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케이트 무어하우스(Kate Moorhouse·여) 캐나다 올림픽 위원회 매니저는 "프라이드하우스가 캐나다에서 시작됐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LGBT는) 캐나다 정체성의 일부이며 프라이드하우스를 성사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리더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는 다양성과 포용을 특히 중시한다.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래드퍼드(캐나다)와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2018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래드퍼드(캐나다)와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강원도 강릉시 교동 2018 평창올림픽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프라이드하우스 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8.2.2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준비위원장은 "한국 스포츠의 영역에도 성소수자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며 "프라이드하우스를 통해 사람들이 상상할 여지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행사뿐 아니라 생활 스포츠에도 성소수자인 선수들이 많다"며 "이들이 숨어있지 않고 함께 교류할 수 있으려면 사회가 성소수자를 인식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넓어져야 한다. 그 시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의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다면 우리 사회의 반응은 어떨까. 윤 위원장은 이같은 질문에 잠시 고민한 뒤 "우리 사회가 경험한 공개적인 커밍아웃이 많지 않다. 방송인 홍석천·하리수씨, 김조광수 감독 정도"라면서도 "분명히 응원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클 것이다. 개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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