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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 실패 20대 "암호화폐 안 넘기면 가족살해" 협박편지

무작위로 서울 아파트 72곳 주소 골라

[편집자주]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 70여통을 무작위로 보낸 20대 남성이 쇠고랑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해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공갈 미수)로 강모씨(29)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29일 '설연휴 전까지 15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지정한 전자지갑 주소로 송금하지 않으면 가족 중 한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서울시내 아파트 72세대에 부친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편지에 암호화폐 전자지갑을 만들고 송금하는 방법을 설명해 놓기도 했다.

황당하면서도 살벌한 내용의 편지를 받은 주민 20명은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가 특정지역이 아닌 서울 소재 아파트 곳곳에 편지를 보낸 탓에 신고접수도 서울 일선서 11곳에 분산됐다.

경찰은 협박편지가 경남 진주시 소재 우체국에서 발신된 사실을 확인, 우체국 주변 탐문수사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역추적에 나섰다. 결국 강씨는 편지를 발송한 지 2주만인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소재 거주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일정한 직업과 수입이 없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울 아파트 주소를 알아낸 뒤 편지 배송지를 무작위로 선정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20명 외에 협박편지를 받은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강씨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해보니 서울 시내 아파트 94곳 주소가 정리된 문서파일이 나온 것이다.

경찰이 94곳 주소지 거주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협박편지를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47세대에 달했다. 5세대는 편지가 반송됐다. 나머지 22세대에 대해서는 강씨가 실제로 편지를 부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협박편지에 실제로 암호화폐를 송금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서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돈이 많으리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범행 이전 암호화폐에 약 300만원을 투자했지만 큰 수익은 얻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계자는 "발신지가 불분명한 협박편지를 받을 경우 현혹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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