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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률'이 뭐길래…또 서점계와 출판사 공급률 마찰

"생존마진도 안된다" vs "마케팅 비용 증가로 불가피"

[편집자주]

대전의 한 동네서점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보고 있다/뉴스1DB
대전의 한 동네서점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보고 있다/뉴스1DB

수년간 지속된 출판계 불황에 공급률을 둘러싸고 서점계와 출판사 간의 마찰이 또 발생했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을 뜻한다. 공급률이 올라가면 출판사의 이익은 늘어나지만, 반대로 영세한 지역 서점은 운영에 압박을 받게 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회장 박대춘)는 "지난 1일 북이십일 출판사가 도서 공급률을 60%에서 65%로 일괄적으로 인상했다"며 "출판사가 도서 공급률을 올리면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받는 지역 서점은 최소한의 생존 마지노선마저 위협받는다"고 공급률 인상을 철회해달라고 27일 요구했다. 북이십일은 21세기북스, 아울북, 아르테, 을파소 등의 출판브랜드를 가진 중견 출판사다.

예를 들어 출판사가 정가 1만 원인 책을 서점에 7000원에 공급하면 공급률은 70%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책의 정가가 정해진 만큼, 출판사들이 도매 공급률을 높이면 서점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련은 전국 1570개 서점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서점도 있지만 규모가 작아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받지 않고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받는 작은 서점도 다수 있다. 그런데 이들 작은 서점들은 책값에서 또 도매상에 마진(약 10%)을 떼어 주어야 한다. 작은 서점들이 복지 마진은커녕 생존 마진도 안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근 수년간 출판계에는 출판사와 서련, 대형 출판사와 대형서점과의 공급률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출판계 상생의 뜻을 공유하면서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현재 북이십일 출판사와 각 지역 서점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련에 따르면 지역 서점들은 자발적으로 북이십일의 도서를 반품하고 매대를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대춘 서련 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수년전 도서정가제를 만들 때 서점이 소설 30%, 학습물 25%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그간 책값은 올랐는데 여기에 공급률까지 올리면 출판사는 좋아도 동네서점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이십일 측은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북이십일은 "미디어 환경이 변해서 서점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도 마케팅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출판사에 전가됐다"며 "마케팅을 강화해야 선순환이 만들어지는데 기존의 공급률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생각해 공급률을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총판(도매)과 소매점을 대상으로 회사 원칙에 따라 협상 중이거나 협상을 끝냈다"며 "2개월전부터 총판을 상대로 구두설명도 하고 공문도 보내서 기습 인상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출판계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어디라 할 것 없이 출판생태계 속 구성원들의 상황이 어렵게 된 데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았다. 상황이 어려워 생존이 걸리다 보니 단 몇 %의 공급률을 갖고도 서로 대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서련 측은 "대형 서점과 소형 서점,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같은 공급률이 적용되는 독일식 도서공급률 정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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