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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서 삼천포 아닌 '사천'에 빠졌다

바다와 산을 오가는 사천 여행

[편집자주]

바다 위를 오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바다 위를 오가는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경남 사천이 연일 화제다. 지난 14일 국내 최장 해상 케이블카인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천'이라는 지명에도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사천'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삼천포'에서 사천으로 이름이 바뀐지 어느덧 24년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을 통합할 때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다소 부정적인 말 때문에 통합시의 이름이 사천시로 결정했다.
 
삼천포 아닌 사천은 이제 잘 나갈 일만 남았다. 케이블카만으로도 볼거리를 충족하지만, 천년의 고찰인 '다솔사'나 다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갤러리' 등 구석구석 숨어 있는 명소들이 많다. 게다가 서울에선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는다.

바닥이 유리로 된 '크리스탈 케빈'.  콘크리트 바닥에서 푸른 바다,  숲으로 바뀌는 풍경을 발밑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News1  

◇기대 이상의 풍경을 안겨줄 '바다 케이블카'

삼척, 부산 송도, 여수, 통영에 이어 국내 다섯 번째로 운행하는 해상 케이블카도 여느 것과 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총 길이 2.43km로 국내 최장으로 한 바퀴 도는 데만 약 25분이 걸린다. 무엇보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이름에 '바다'만 붙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산 위를 달린다. 

아파트 30층 높이의 케이블카는 시원한 쪽빛 바다와 전통 어업인 죽방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삼천포대교를 지나 푸른 숲이 펼쳐지는 각산을 따라 오른다.
 
수시로 변하는 풍경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바닥이 유리로 된 '크리스탈 케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총 45대 케빈 중 크리스탈 케빈은 15대로 성인 기준으로 기본 케빈보다 5000원 비싼 2만원이다.

각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케이블카와 남해 바다© News1  
각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케이블카와 남해 바다© News1  

이 케이블카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각산 전망대다. 정류장에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270m의 산책로는 꽤 가파르지만 그런데도 올라갈 이유가 있다. 전망대에 다다르면 푸른 숲 앞으로 남해의 풍경이 펼쳐져 숨이 탁 트인다.  사천에 속한 섬 뿐아니라 사량도, 수우도, 두미도 등 아름답기로 유명한 통영의 섬들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다솔사 전경 © 이원근 작가 
다솔사 전경 © 이원근 작가 

◇차 문화의 바람을 불어온 천년의 고찰

봉명산 자락에 터를 잡고 있는 다솔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다. 대웅전 뒤로는 1만 여 평의 차 밭과 쭉쭉 뻗은 편백을 비롯해 왕벚나무, 개살구나무 등 화사한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고즈넉한 풍경을 더한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이 고찰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차 문화의 바람을 몰고 온 곳이자 만해 한용운이 1917년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하고 김동리가 소설 '등신불'을 저술한 장소다.

다솔사 대웅전 뒤로 펼쳐진 1만 여 평의 차밭© News1
다솔사 대웅전 뒤로 펼쳐진 1만 여 평의 차밭© News1

독립운동가인 효당은 1916년 이곳에 입산하면서 다산 정약용 이후 끊겼던 차 문화 살리기에 나선다. 전통적인 차 생활로 잊힐 수 있는 한국적 고유성을 계승·발전시키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가 다솔사의 주지로 있는 동안 사찰은 만해 한용운 등 민족진영 인사들의 후원처이자 항일운동의 근거지가 된다.  

그러면서 독립선언문 초안이 탄생했다. 김동리는 효당이 세운 '광명학원'이라는 야학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다솔사와 인연을 맺는다. 이후 만해로부터 중국의 한 살인자가 속죄를 위해 분신 공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신불'을 집필하게 된다.

버려진 기차 터널을 개조해 만들어진 사천 와인갤러리© News1 

◇버려진 기차 터널이 와인 갤러리로

외관상 어느 유럽의 작은 마을에 있는 와인 양조장이라 해도 믿을 만한 이곳은 예술과 와인을 아늑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갤러리다.

50여 년전 진양호 수위 상승 때문에 버려진 기차 터널을 개조해 만들어진 덕에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남다르다.

내부에 들어서면 하나의 동굴 갤러리가 펼쳐진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곳곳엔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와인 갤러리답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진열된 와인 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와인 갤러리 내부와 4000 다래 와인© News1 윤슬빈 기자
와인 갤러리 내부와 4000 다래 와인© News1 윤슬빈 기자

이곳에 있는 와인들은 사천의 지역 특산물인 참다래로 만든 '다래 와인'들이다. 맛은 상쾌한 다래향과 시원한 맛이 특징으로 한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름도 꽤 재미있다. 크기가 큰 병은 '사천'이라는 발음과 같은 숫자 '4000'으로 이름이 붙여졌으며, 작은 것은 숫자와 영어(four)를 결합한 '삼천포'라고 읽는 '3004'다.
   
터널 중간에 자리한 카페에선 다래 와인 시음을 할 수 있으며, 이 밖에 커피, 주스, 케이크, 치즈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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