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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룡' 에스티유니타스 '두 얼굴'…"벤처 신화"vs"직원 착취"

"매일 야근했지만 보상 없어, 까라면 까는 문화 잘못"
"30대 CEO 혁신 추구"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

[편집자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에스티유니타스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018.4.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에스티유니타스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018.4.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0대 최고경영자(CEO), 설립 6년 만에 매출 4000억원 돌파,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교육 서비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내년 상장 목표…….

'교육 공룡'이라 불리는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를 대변하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최근 화려한 '교육 벤처 신화'의 이면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에서는 30대 웹 디자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혹사 수준의 장시간 노동, 우려 수준의 직원 우울증 비율 등 이른바 '직원 노동 착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노동계·시민단체는 에스티유니타스를 놓고 "마른 수건 비틀듯 직원들 땀을 쥐어 짜 회사가 성장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회사 경영진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직원 우울증 비율 평균 상회, "제2의 자살 방지 대책 필요"

에스티유니타스는 2010년 설립 후 고속성장을 이어오다 최근 여러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직원 장모(36·여)씨의 죽음이다. 장씨가 과도한 업무 부담에 우울증이 악화해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장씨 유족의 주장이다.

장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장씨 유족은 "고인의 교통카드 기록 등을 분석했더니, 근무기간 동안 법정 근로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한 주가 35.7%나 됐다"고 말했다.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거나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스티유니타스가 강력한 외형 성장 드라이브를 걸면서 직원들 복지·근로조건 문제는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익명 애플리케이션 앱 '블라인드'에서는 "야근해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 비판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야근 여부를 놓고 블라인드에서 논란이 되자 "6개월 간 하루도 안 빠지고 야근했다. 그간 모은 택시비 내역을 정리해 언론사에 제보해 줄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업무시간과 야근도 문제지만 시스템 장착 없이 까라면 까는 문화가 잘못"이라는 게시글도 있는 실정이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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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직원들의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통계' 조사 결과도 나왔다.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최근 공개한 에스티유니타스 직원들의 건강보험 이용실적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직원들의 우울증 진료율은 1.43%였다. 전체 직장 보험 가입자의 평균 우울증 진료율(0.99%)을 웃도는 것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에스티유니타스 직원들의 우울증 진료율은 지난해 자살과 과로사로 이슈가 됐던 넷마블 사례를 연상케 한다"며 "제2, 제3의 자살을 막기 위한 긴급한 개입(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고용부 '포렌식' 수사…에스티유니타스 "현 상황서 드릴 말씀 없다"

고용부가 지난달 에스티유니타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행정적 조치'라면, 압수수색은 '수사적 조치'다.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은 '디지털 포렌식' 등으로 에스티유니타스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휴대전화 같은 저장 매체에 남은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이다. 고용부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의견 여부를 정한 뒤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할 계획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은 기소 등 사법처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부가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한 터여서 논란이 계속될 경우 상장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30대 CEO가 혁신을 추구하는 교육 벤처'라는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그간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면서 '젊은 벤처'임을 홍보해 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 회사 관계자는 "전문 기관에 의뢰해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자체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놓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직원 자살과 고용부 수사 등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해 2월 미국 기업 프린스턴 리뷰 인수를 발표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News1
윤성혁 에스티유니타스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해 2월 미국 기업 프린스턴 리뷰 인수를 발표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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