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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아마존 정글'로 향하는 세계

[편집자주]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News1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2013년에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을 때 다들 이유를 궁금해 했다. 베조스는 회사가 아닌 개인 돈으로 인수했는데 2억5000만 달러였다. 이 돈은 베조스 재산의 1%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인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도 나왔다.

작년에 유기농 식품 체인점 홀푸드(Whole Foods Market)를 137억 달러에 인수한 건은 좀 다르다. 베조스가 아니라 아마존이 인수했다. 덜컥 인수한 것이 아니고 골드만 삭스의 도움을 받아 6명의 경쟁자와 겨루면서 밀고 당기는 힘겨운 협상 끝에 인수한 것이다. 중간에 협상에서 철수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인수 후 아마존은 다양한 변화를 도입했다. 먼저 2시간 내 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홀푸드는 아마존의 물류창고가 되는 셈이다. 아마존 우수고객은 홀푸드에서 특별할인도 받는다. 물건가격을 최대 40%까지 내렸다. 매장 안에서 에코, 킨들 같은 아마존 기기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1000 종 이상의 홀푸드 식품을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래 아마존에서는 살 수 없는 물건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고가의 스포츠카나 미술품도 살 수 있고 남북전쟁 시대의 무기도 살 수 있다. 이제 다양한 먹거리도 살 수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홀푸드는 매장과 고용을 늘리고 있다.

우려도 있다. 아마존 인수 후 홀푸드 매장에서는 제품의 종류가 대폭 줄었고 중소기업이 생산한 지역 제품이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물건이 선반에 잔뜩 쌓여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물류창고뿐 아니라 매장 자체가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마존의 방식과는 맞지 않는다.

이런 우려에도 전망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우선 아마존은 학습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든다. 데이터가 쌓이면 과학적으로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 결과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세대가 교체되면서 식품도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우리 동네에 맥도널드가 있는데 매장 안에 전자주문 장치가 있다. 카운터에 줄도 없는데 굳이 거기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의사소통이 정확하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상대해서 말을 하기가 싫은 것이다. 우버도 그렇다. 중국집 배달주문도 우리 세대에게는 전화기 집어들고 몇 마디 하면 간단한데 신세대는 굳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으로 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박사가 그랬다.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태어났다”라고.

고령이 될수록 식료품 쇼핑이 문제다. 쇼핑까지는 어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까지 가지고 오는 것이 어렵다. 실제로 노인들이 혼자 사는 것이 보통인 미국에서는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필수다. 쇼핑조차도 힘들어지면 결국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노령이 되면 그때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아마도 물건을 파는 상점은 완전히 없어지고 배송 창고만 남을지 모르겠다. 식당도 다 없어지고 주방만 남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완전히 온라인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도 같다. 서점이 없어지게 하는데 일등 공신인 아마존이 엉뚱하게 6개의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대개 무슨 책을 사려는 결정을 내린 후에 들어오는데 매장에는 그야말로 두리번거리다가 뭔가를 발견하려고 들어온다. '세렌디피티' 효과다.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어딘가 갈 곳이 필요하다. 온 세상이 온라인이 되면 우리는 평생 알렉사와 함께 자기 방에서만 살다 죽게 될 것이다. 학교도 온라인, 회사도 온라인 근무, 병원 진료도 온라인, 친구도 온라인, 가상현실로 여행도 온라인.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보이는 것처럼 온라인에서 완벽한 세상이 창조될 것이다. 하기야 누가 알겠는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현실일지(양자물리학은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아마존은 지금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시가총액 세계 4위다. 1위가 되면 세계가 책과 음식이 가득한 아마존 정글이 된다는 농담도 있다. 정글 안에서라도 오프라인 서점과 레스토랑은 우리가 갈 곳으로 남아주면 좋겠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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