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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재판서 범죄수법 적나라…기사·댓글 입력하면 자동 공감

檢, 범행 수법 PT…잠수함·탄두 등 암호로 사용
김씨 측 속도전 전략…"재판 좀 빨리 끝내달라"

[편집자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주범 '드루킹' 김모씨(48)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5.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주범 '드루킹' 김모씨(48)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5.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드루킹' 김모씨(48)가 공범들과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스마트폰·네이버 아이디를 '잠수함' '탄두' 등 암호처럼 부르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김씨 측은 이런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법원에 최대한 신속하게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벌금형을 선고받고 빨리 석방돼 추가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지만, 법원은 검찰의 요청대로 재판을 한번 더 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두 번째 공판기일에선 김씨의 범행 수법에 대한 검찰 측의 구체적인 설명과 이에 대한 김씨 측의 입장·의견 제시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법정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에 대해 설명했다. 킹크랩 서버에 조작 대상 뉴스 기사와 댓글을 입력하면 연결된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네이버에서 로그인·로그아웃을 반복하며 자동으로 공감·비공감을 클릭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 등은 이 작업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을 '잠수함'이라 불렀고, 여기에 사용하는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탄두'라고 불렀다"며 "이 시스템을 실행하기 위해 '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로부터 수백대의 스마트폰과 유심칩을 수집했고 네이버 아이디 수천개를 확보해 킹크랩 서버에 저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시스템의 '작전관리' 창에 대상 뉴스 기사와 댓글을 입력해 저장을 클릭하면 '작전배치' 창으로 넘어간다"며 "여기에서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클릭하면 수백개의 잠수함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령 3개의 잠수함을 클릭해 탄두 입력창에 각각 200개씩 아이디를 입력하면 자동 로그인을 반복하면서 600개의 아이디가 순차적으로 공감을 클릭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작전 실행의 결과를 보여주는 창에선 언제 공감을 클릭했고 댓글 50개에 클릭을 완료하는 데 소요된 시간까지 나타난다 며 "'지뢰관리' 창에선 경공모 회원들이 어떤 주제의 뉴스 기사에 어떤 댓글을 적을지 참고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적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김씨 등이 순위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댓글은 여론을 반영하는 창인데, 이것이 진정한 여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런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전체적으로 인정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도 모두 동의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김 판사의 질문에 김씨도 "변경된 공소사실 전체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양모씨와 우모씨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김씨의 활동 기반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 News1 박정호 기자
김씨의 활동 기반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 News1 박정호 기자

다만 김씨 측 변호인은 이날 결심공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고 혐의도 인정하니, 이날 모든 변론을 종결하고 김씨에게 최대한 빨리 선고해달라는 취지다.

변호인은 "김씨 등은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라는 죄에 비해 너무나 큰 인신구속 상태에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공소사실을 다 인정하고 자백하니 빨리 재판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는 특검에서 모든 걸 조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입장에선 현재 혐의로는 벌금형이 유력하니 최대한 빨리 재판을 마무리하고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풀려나면 앞으로 있을 경찰·검찰의 추가 수사에도 대비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이긴 하지만 이는 무한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 등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선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기관에선 김씨 등이 조작한 댓글울 분석 중이며 이런 혐의를 추가해 병합 기소할 것"이라며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 분석에 시간이 걸리는데, 앞으로 추가될 범죄들은 김씨 등이 이번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오랜 기간 저지른 것이라 별개로 재판을 받을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 등의 의도대로 이 사건에 한정해서만 재판을 받아 석방되면 경공모 회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며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 형벌 목적 달성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법원은 김씨 측 대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구속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추가 수사를 위해 재판 기일을 계속 연기하는 건 적절하진 않다"면서도 "(이날 병합 기소돼 불출석한) '서유기' 박모씨가 김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여 기일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판사는 "현재 어느 정도 수사가 됐으니 추가 수사를 위해 공판을 계속 해야 한다는 합당한 근거를 제출해달라"며 검찰이 바라는 대로 계속 재판을 속행하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 오는 30일 오전 10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고 박씨와 함께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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