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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방지법' 에 여야 큰 온도차…국회 통과까지 '험난'

[불 지펴진 차등의결권]⑤한국당 권성동, 윤상직 잇따라 상법개정안 발의
민주당 "국민적 합의 전제되어야"

[편집자주]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해외투기자본을 견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경영권 방어조항을 담은 일명 '엘리엇 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됐다. 그러나 여야간 인식의 간극이 너무 커 국회 통과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업의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히는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김무성 김진태 심재철 박순자 정진석 주광덕 등 의원 9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는 적대적 인수합병의 다양한 공격에 상응하는 방어수단이 거의 없어 과거 해외 투기 자본인 소버린은 SK텔레콤으로부터 약 9000억원을,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KT&G으로부터 약 1500억원의 이익을 얻어 국부유출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액만으로 보면 이 두 회사가 취한 1조가 넘는 이익은 현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는 금액"이라며 "뾰족한 대안이 없는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 경영활동을 위해 취득하고 있는 자기주식까지 고려하면 경영권 방어비용은 훨씬 늘어나는 현실"이라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상법은 1주당 1의결권을 주는 것인데 이 제도는 특정주식에 1주당 의결권을 더 줘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침해 발생시 인수 시도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저가로 신주인수권을 주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은 국제적으로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생 기업들이 경영권에 위협을 받음이 없이 외부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형성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행동주의 펀드나 기업 사냥꾼들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늘어나면서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로 활용가능서이 주목받아 왔다. 일정한 조건하에서 대기업에게도 도입을 허용해 불필요한 비용낭비를 막자는 취지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자사주 소각 △순익의 40~50%배당 △다국적 회사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을 요구하는 등 1.4% 밖에 안되는 지분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7.10.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윤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7.10.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진짜 속셈은 주가 차익과 배당 등을 통한 단기수익 즉 먹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과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상장사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주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골자로 한 일명 '엘리엇 방지법'의 제정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이날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 필과 같은 주요국에서 보편화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며 "감사위원 선임 시 3%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한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이다. 권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발의됐다는 게 권 의원측 설명이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가령 벤처회사의 경우 회사를 처음 창업했던 사람들의 지분율은 투자를 계속 받게 되면서 점점 낮아진다"며 "결국 벤처에 투자한 회사의 결정권에 따라 회사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열심히 기업을 키워온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합의도는 낮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대기업 체제라는 특수성 아래에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기업에서 차등의결권마저 도입될 경우 대기업이 증시에서 조달할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많아지면서 경제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기업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1개의 내부지분율(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이 갖는 지분율)은 55.2%에 달한다. 여기에 차등의결권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여야 온도차도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에 매우 부정적이다. 경영권 방어수단보다 집중투표제 등 대주주 견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일부 대기업의 지배권 강화로 활용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되려면 우선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한국당 한 의원은 "주주에 대해 차등을 주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어 민주당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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