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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존경받는 사회…사진으로 만듭니다"

6년째 군인사진 촬영 작업하는 현효제 사진작가
"군인·참전용사 명예롭게 존경·신뢰받는 사회 되길"

[편집자주]

현효제 작가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스튜디오에서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 사진을 출력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현효제 작가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스튜디오에서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 사진을 출력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대한민국 군인을 가족으로 둔 여러분, 자랑스러운 여러분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여길 봐주세요. 하나. 둘. 셋. 찰칵!"

사진작가 현효제씨(39·작가명 라미 현)는 군부대를 돌아다니며 군인들을 렌즈에 담고 있다. 현 작가의 카메라 앞에 선 군인들은 지금까지 2000여명, 군인 가족과 참전 용사까지 포함하면 3000명 이상의 군 관련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군인정신'을 생각했다.

현 작가는 지난 2013년 육군 제1보병사단 부대 소개 영화를 만들며 군대와 인연을 맺었다.

30여년 군 생활 동안 한번도 가족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육군 1사단 원사의 이야기를 듣고 시도한 군인 촬영 작업은 벌써 6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참 부러웠어요.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군사정권을 겪으며 군인이 공포와 기피의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시작했죠."

현효제 작가가 촬영한 육군 제5사단 수색대대 김영민 원사 가족 © News1
현효제 작가가 촬영한 육군 제5사단 수색대대 김영민 원사 가족 © News1

그의 작업은 군복 사진으로 시작됐다. 현 작가는 "군복의 변천사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게 안타까워 시작했다"며 "군인에 대한 존경과 역사적 가치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작업이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6년간 그가 담은 군복은 300여 종류에 달한다. 현 작가는 "군인 임산부복, 잠수복도 시대별로 변천사가 있어요"라며 웃었다.

작업 초반에는 접근이 쉽지 않은 군 특성상 부대 허가를 받기 위해 고생했다. 그러나 이내 '진심을 담아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초청 편지'가 오고 있다. 현 작가는 노란봉투에 삐뚤빼뚤 쓴 국군장병의 편지를 내보이며 "이게 제 가장 큰 힘이다"며 뿌듯해 했다.

그는 최근 한국전 참전용사 기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보훈처와 함께한 해외 참전용사 촬영이 그 시발점이 됐다.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에서 참전용사가 한국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우진 보훈처장께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할 수 있게 됐죠. '빽'도 없이 도전했는데 진심을 알아준 것이죠."

현효제 작가가 촬영한 한국전 영국군 참전용사 © News1
현효제 작가가 촬영한 한국전 영국군 참전용사 © News1

이를 계기로 현 작가는 활동무대를 전 세계로 넓혔다. 주영국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영국군 참전용사회를 알게 돼 올해 4월 영국 런던을 찾아 이들의 사진도 기록으로 남겼다. 이달 12일에는 푸에르토리코 한국전 참전용사회, 16일에는 미국 포틀랜드 참전용사회를 찾아 '한국전의 역사'를 기록할 계획이다.

작업 시작 후 6번째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은 그는, 그러나 최근 마음이 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참전용사를 챙기는 등 '노병'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최근 극렬 보수단체 회원으로만 치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 작가는 "참전용사들이 명예롭게 눈을 감으셨으면 하는데, 전부 '태극기부대'로 치부될까 걱정된다"며 "우리도 저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때 세대간 소통이 되고 언젠가 다른 선진국처럼 군인을 존경할 수 있는 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국보훈의 달, 현충일에라도 길을 가는 참전용사들에게 '당신 덕분에 제가 있습니다'라고 인사 한번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인사가 그 참전용사께 인생에 가장 찬란하고 기억남는 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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