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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개막⑤] 눈물의 역사, 달라진 눈높이…한국 월드컵 도전사

1954년 스위스 대회 첫 출전, 1986년 멕시코 대회 첫 골
2002년 첫 승·4강 신화, 2010년 첫 원정 16강

[편집자주] '세계인의 축구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밤 12시(한국시간) ‘개최국’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3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을 비롯 2014 브라질 대회 우승팀 독일 등 32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4개 팀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 뒤 각조 1, 2위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 챔피언을 가린다.
이번 대회에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등 스타들이 총출동, 조국의 명예를 걸고 화려한 기량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 대 이탈리아전 거리 응원 인파.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DB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 대 이탈리아전 거리 응원 인파.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DB

국민들을 울리고 웃게 할 '지구촌 축구 축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14일밤 12시 막을 올린다.

러시아월드컵은 태극전사들에게 10번째 도전의 무대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첫 출전해 세계의 벽을 실감한 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9회 연속 본선 티켓을 따냈다.

9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아시아 최장 기록이다. 세계에서도 브라질(21회·전 대회), 독일(17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2회), 스페인(11회)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

20세기까지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는 눈물의 역사였다. 첫 출전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둔 뒤 첫 승의 갈증을 풀어내지 못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은 대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네북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21세기 들어서는 부침을 겪었다. 4강 신화라는 다시 볼 수 없을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참사'로 기억되는 대회도 있었다. 국민들의 눈높이 역시 달라졌다. 더 이상 한국은 1승에 목말라 있는 팀이 아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 0-9, 0-7 참패(첫 출전)

한국의 사상 첫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대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세계와 격차를 확인한 수준을 넘어선 참패였다. 1차전에서 헝가리에 0-9로 패한 뒤 2차전 터키에게 0-7로 졌다. 2경기에서 무려 16골을 먹는 동안 득점은 없었다.

0-9 패배는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 최다골 차 패배로 기록돼 있다. 1974년 서독 대회 자이르의 유고전(0-9 패), 1982년 스페인 대회 엘살바도르의 헝가리전(1-10 패)과 함께 불명예 기록 공동 1위다. 이후 한국은 한동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 1무2패 예선탈락(첫 골, 첫 승점)

스위스 대회 이후 32년만에 다시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강호들과 조별예선에서 만난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1-3으로 패했지만 박창선이 역사적인 한국의 첫 골을 기록했다.

다음 불가리아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거둬 월드컵 첫 승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탈리아에게 2-3으로 져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32년 전과 비교해 세계 수준과 차이가 크게 좁혀졌음을 확인한 대회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 3패 예선탈락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한 조에 편성됐지만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예선에서 9승 2무, 30득점 1실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첫 경기 벨기에전 0-2 패배를 시작으로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로 각각 졌다. 3패로 예선 탈락. 아직까지 1990년 이탈리아 대회는 한국이 유일하게 3패로 탈락한 대회로 남아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 2무1패 예선탈락

그 어느 때보다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대회였다.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이 종료 20초 전 이라크에게 동점 골을 허용, 1-1로 비기면서 한국이 일본을 골득실로 제치고 본선 티켓을 따냈다. 당시 상황은 '도하의 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본선에서도 한국은 잘 싸웠다.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는 0-2로 뒤지다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번째 경기 볼리비아전 0-0 무승부가 가장 아쉬웠다. 독일을 상대로는 0-3으로 끌려가다 후반 2골(황선홍, 홍명보)을 만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 1무2패 예선탈락(첫 선제골)

최종예선에서 6승1무1패, 골득실 +12를 기록하면서 지난 대회와 달리 수월하게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 본선 조편성도 4년 전과 비교해 나쁘지 않았다. 네덜란드, 멕시코, 벨기에와 한 조에 들어가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 보였다.

멕시코와 첫 경기. 하석주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돼 골문을 통과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 그러나 하석주가 3분 후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전세는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최종 결과는 1-3 완패. 하석주는 백태클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당시 FIFA의 방침에 본보기가 됐다.

다음 상대는 4년 후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되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0-5 참패를 당한 뒤 차범근 감독이 대회 중 경질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투혼을 발휘,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3패를 면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 4강 진출(첫 승, 첫 16강 진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DB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국가기록원 제공) /뉴스1 DB

앞으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놀라운 성적을 거둔 대회였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 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으로 치른 대회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개최국의 이점, 선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4강 진출이라는 신화가 탄생했다.

폴란드를 2-0으로 꺾으며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 소식을 알린 한국은 미국과 1-1로 비긴 뒤 세계적인 스타 루이스 피구가 뛰고 있던 포르투갈까지 1-0으로 제압, 2승1무(승점 7)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 진출 역시 사상 첫 기록이었다.

16강에서는 이탈리아를 만나 0-1로 끌려가다 후반 막판 설기현의 동점골로 연장전에 접어들었고, 연장서 터진 안정환의 결승골로 감격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서는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쳐 4강 진출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만들어냈다. 4강과 3·4위전에서 독일, 터키에게 당한 패배는 크게 아쉽지 않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 1승1무1패 예선 탈락(첫 원정 승)

4년 전 4강 진출로 국민들의 눈높이는 매우 높아져 있었다. 한국은 4년 사이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 사령탑을 거듭 교체하는 혼란을 겪었다.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로 본선에 임한 한국은 첫 경기 토고전에서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승리였다. 강호 프랑스와 다음 경기에서도 박지성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했음에도 골득실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마지막 스위스전을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스위스에게 0-2로 패하며 1승1무1패의 성적으로 조별예선 탈락을 맛봤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 1승1무1패 16강 진출(첫 원정 16강 진출)

남아공의 민속 악기 부부젤라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가운데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냈다. 외국인 감독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으며 '양박쌍용'이라 불린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이 맹위를 떨쳤다.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이정수의 선제골, 박지성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3회 연속 첫 경기 승리 기록. 리오넬 메시가 버틴 다음 상대 아르헨티나에게 1-4로 졌지만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승1무1패로 16강에 올랐다. 우루과이와 겨룬 16강에서는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져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 1무2패 예선탈락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눈물을 쏟는 손흥민 선수를 안아주고 있는 홍명보 감독. /뉴스1 DB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눈물을 쏟는 손흥민 선수를 안아주고 있는 홍명보 감독. /뉴스1 DB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한 조에 속해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대진운이 좋다는 평가 속에 대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결과는 1무2패로 예선 탈락.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만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짐을 쌌다. '참사'라는 혹평도 이어졌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의 커리어에는 큰 상처가 났다.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이근호가 골키퍼 실수로 행운의 선제골을 넣었지만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1-1 무승부에 그친 것이 실패의 시작이었다. '확실한 1승 상대'로 꼽혔던 알제리에게는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2-4 충격패를 당했다. 벨기에와 최종전 역시 0-1 패배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 ?

한국은 세계최강 독일,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이탈리아를 탈락시키고 올라온 스웨덴과 F조에 편성됐다. 벌써부터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만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만의 3패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스포츠에서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공은 둥글다. 객관적인 전력을 따지면 F조 최약체는 한국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는 언제나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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