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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소, 두 목소리…제주 예멘 난민 수용 찬반 집회

난민 반대 측 "자국민 지켜달라…난민법 악용 막자"
난민 찬성 측 "우리도 한때 난민…차별 말자"

[편집자주]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제주도 입도 예멘 난민에 대한 난민 수용 반대 측(상단)과 찬성 측(하단)이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제주도 입도 예멘 난민에 대한 난민 수용 반대 측(상단)과 찬성 측(하단)이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우리도 난민이었습니다. 예멘 난민, 받아들입시다." (난민 찬성 측)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자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난민 반대 측)

장마전선과 태풍 쁘라삐룬 등의 영향으로 굵은 장맛비가 내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는 제주도 입도 예멘 난민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 난민 문제를 두고 양측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난민 반대 측 "무조건 반대 아니다…난민법 악용 막자"

블로거 '일반국민'을 중심으로 모인 난민 반대 시민단체 '불법난민신청 외국인대책국민연대'가 연 난민법·무사증(무비자) 폐지 촉구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명(경찰 추산 7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주최자 블로거 '일반국민'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박해를 받는 난민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출국 추방 방어, 경제적 이익, 자국 징집을 피해 떠도는 목적 등으로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한다"며  "난민 인프라, 수용 경험 부족을 노려 난민 신청하는 이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국민 안전을 위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난민법과 제도 구축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회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며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 회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며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집회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수원에서 상경한 50대 정모씨는 "제주도 지인들이 (예멘 난민들 때문에) 지역사회가 붕괴할 것 같다는 말을 해 앞으로 우리 지역에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왔다"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교복을 입고 참석한 고등학교 2학년 김모군은 "가짜 난민이 넘쳐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며 "자국민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국민이 먼저다", "안전을 원한다", "무사증 폐지하라", "난민법 폐지하라",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등 구호를 여러차례 외치면서 오후 9시반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난민 찬성 측 "우리도 한때 난민…정착 인프라 갖춰야"

같은 시간 50m 떨어진 세종로파출소 앞에서는 시민단체 '벽돌'이 예멘 난민 수용 촉구 집회를 열었다.

난민 찬성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명(경찰 추산 7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가짜 난민은 없다', '난민 무비자 입국 허용하라', '예멘 난민의 제주도 출도 허용하라', '사랑은 혐오를 이긴다' 등 현수막을 흔들며 예멘 난민 반대는 사회에 만연한 배외주의와 인종차별, 반지성주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반대' 집회에 참가자들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반대' 집회에 참가자들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주최 측은 이어 "예멘 난민의 가족들은 한국산 무기에 살해당했다"며 "난민 협약 가입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예멘 난민 보호 입장을 뚜렷이 하고,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준비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정모씨(31)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지향하면서 국제사회적 문제인 난민을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조선시대 쇄국정책과 다른게 뭐냐"며 "난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두 집회가 같은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열려 참석자 간 충돌이 우려돼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접촉을 차단했다. 그러나 양측에서 각각 "접촉을 지양하고 도발에 응하지 말라"고 설명하면서 별다른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다.

양측 집회 주최 측은 문제 해결 추이를 보고 앞으로 추가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을 내놓아 예멘 난민 등 난민법 관련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도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집회가 열렸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제주도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이하 도민연대) 회원 50여명은 30일 오후 6시 제주시 제주시청 앞에서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도민연대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제주에 입국 후 난민 신청한 자들은 합법적인 입국자라고 할 수 없고 대한민국이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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