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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언론사에 전화해 '위력' 취재 중단 압력" 증언

김지은 지인, 3회 공판 증인 출석…"安이 직접 전화"
"安 부인이 '김지은 사생활 수집해달라' 부탁해"

[편집자주]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불구속)가 경선 캠프의 '왕'처럼 군림했고,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성관계 과정에서 안 전 지사의 '위력'이 실제 있었는지를 취재하는 언론사 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취재를 저지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의 심리로 9일 열린 3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모씨(29)는 "안희정은 캠프 내에서 우리의 희망이자 왕 같은 존재"였다며 "한 기자가 (피해자와의 성관계 과정에서) 안희정의 위력을 증명하는 취재를 시작하자 안희정이 직접 해당 언론사의 유력 인사(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취재를 중단하라고 한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고 진술했다.

구씨는 피해자 김지은씨(33·전 정무비서)의 지인이자 안 전 지사의 경선 캠프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 자격으로 이날 증인신문을 받았다.

안 전 지사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지난해 1월부터 경선 캠프에 합류한 구씨는 경선 캠프의 분위기를 "안 전 지사와 자주 접촉하는 팀장급을 제외하고는 의견개진조차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의견을 전하더라도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증언했다.

구씨는 "경선 캠프에서는 술자리가 빈번하게 있었고, 많은 여성이 대부분의 팀장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나도 한 차례 뺨을 맞기도 했다"고 당시 조직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경선 캠프의 주요 인물이 그대로 충남도청 정무직 공무원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충남도청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지만, 안희정의 민주적 리더십을 보고 열심히 일했다"면서도 "하지만 안 전 지사가 자신에 대한 취재를 막으려고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또 안 전 지사의 성폭행·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안 전 지사의 아들과 부인이 김씨의 사생활을 수집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지난 3월5일 김씨가 JTBC뉴스룸 인터뷰에서 피해를 폭로한 직후 안 전 지사의 아들과 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민주원 여사는 '안희정 나쁜XX야. X 죽이고 싶은데, 그래도 살려야지' '김지은 원래부터 이상했어' '김지은의 평소 행실과 연애사를 취합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구씨가 기억하는 김씨는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구씨는 "피해자(김씨)는 매우 여리고 강단있게 말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스위스와 러시아 해외순방 때 '자꾸 눈물이 나온다'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안 전 지사에 대한 피해를 호소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특히 김씨가 구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중에서는 김씨가 '이거 일하다 나오면 한국에서 못 살 거 같아'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듯한 호소도 나왔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구씨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이 끝나자 즉각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경선캠프에서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은 팀장들이지 안 전 지사는 아닌 점 △안 전 지사를 왕처럼 생각한 것은 구씨 개인 의견인 점 △'경선캠프에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주장의 구체적인 사례가 무엇인지 등을 물으며 구씨 증언의 논리를 파고들었다.

구씨는 '김지은이 러시아·스위스에서 힘들고 괴롭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했지만, 변호인단은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시 김씨와 구씨 사이에 전화한 내역이 없다"고 따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구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확인해보자'는 검찰의 의견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통화내역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구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별도의 차폐막을 설치하지 않은 채 공개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 김씨의 직장동료였던 정모씨(충남도청 공무원)의 증인신문까지 재판을 공개하고, 남은 2명의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한다.

한편 김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재판은 방청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내내 바닥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은 채 구씨의 증언을 들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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