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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당한 거래사이트도 통과?…못믿을 암호화폐 자율규제

심사 응하면 100% 통과, 평가점수 비공개…은행권 "신규계좌 발급 계획 無"

[편집자주]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오른쪽)과 김용대 정보보호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 주최로 열린 제1차 자율규제심사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심사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7.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오른쪽)과 김용대 정보보호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 주최로 열린 제1차 자율규제심사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심사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7.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한국블록체인협회가 11일 자율규제 심사에 통과됐다고 밝힌 12곳의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가운데 얼마전 해킹을 당한 거래사이트도 포함돼 있어 심사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날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모임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부터 두달간 진행된 첫 자율규제심사에서 참여업체 12곳 모두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심사통과율이 100%인 셈이다. 

심사기준은 △암호화폐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규정 △암호화폐 취급업자의 보관 및 관리 규정 △자금세탁행위방지에 관한 규정 △시스템 안정성 및 정보보호에 관한 규정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심사결과를 놓고 대체로 수긍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협회 회원사들 가운데 10여곳이 심사를 받지 않은데다, 심사받은 회원들은 전원 통과됐다고 하는데 심사에 대한 점수 또는 통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조차 "심사에 응한 거래사이트의 평가점수·통과기준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뭘보고 믿으라는 건지…"라며 "실효성이 없다"고 자율규제 심사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특히 현장조사를 직접 해야 하는 보안성 심사는 보안담당자와 대면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이를 놓고 보안업계는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 경영컨설팅을 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헐렁한 자율규제 보안심사는 업계의 신뢰를 더 추락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자율규제 발표에 관해 현업 부서에서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며 "업계의 자율규제 심사여부와 관련해, 은행권의 입장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이 심사를 통과한 것은 기본적인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만족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번 자율규제심사를 통과했더라도 강력한 보안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담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실질적인 심사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20여곳과 관련 스타트업들의 모임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올 1월 정식 출범한 이후,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보유·오프라인 민원센터 의무설치·고객자산과 거래사이트 자산을 분리보관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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