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김지은 측근 "성폭행 고충은 듣지 못했다" 증언

安 경선캠프 청년팀장…"김지은 고충 자주 들어줘"
"내가 도움 준 사람인지 억압한 사람인지 묻고싶다"

[편집자주]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7.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불구속)의 피해자인 김지은씨(33·전 정무비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직장동료가 "김씨에게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충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는 13일 오전 10시 5회 공판기일을 열고 안 전 지사가 이끈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캠프에서 청년팀장을 맡았던 성모씨(35)의 증인신문을 심리했다.

성씨는 안 전 지사의 측근그룹 '팀장급'과 김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속한 '청년팀'을 오가며 소통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김씨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김씨의 고민 상담을 자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두 사람이 지난해 초부터 10개월 동안 나눈 대화는 카카오톡 100페이지, 텔레그램 18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성씨는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씨에게 당한 성추행 고민이나, 김씨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 본선캠프로 파견 갔을 때 한 유부남이 추근댄다는 고충을 상담해줬다"면서도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김씨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스위스 순방 당시에도 김씨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성씨도 '혹시 김씨가 어떤 고충을 호소하려고 했던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인데, 당시에는 평상시처럼 ㅋㅋ나 ㅎㅎ를 붙였다"면서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성씨는 또 지난 3월5일 김씨가 JTBC뉴스룸에 나와 피해를 폭로한 인터뷰를 보면서 "김씨는 평소 '하늘'이라는 말을 '의지되고 지탱하는 존재'로 표현했는데, 그날 인터뷰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서 하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고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성씨는 신문을 마치면서 "김씨에게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됐던 사람인지, 오히려 억압하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며 김씨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재판을 마무리하고 오후 2시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증인석에 앉는다.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그의 가족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날 오전 9시57분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부인이 증인신문을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상화원에서 김지은씨가 새벽에 침실로 들어온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