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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해외건설 열전]⑥'시공에서 운영까지'…SK건설, 라오스에 국내 최초 개발형 수력발전

최고수준 지하공법·드론 신공법 업계도 주목
27년간 운영 후 라오스정부에 양도

[편집자주] 해외건설시장에서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만들고 있는 것. 초고층 건물, 초장대교 건설, LNG, 수력발전부터 신도시 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주처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있다. 실제 올해 예상되는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0조80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해외 건설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뉴스1이 확인해 봤다.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세남노이 댐의 모습. 이 곳에만 10.4억톤의 물이 담긴다.© News1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세남노이 댐의 모습. 이 곳에만 10.4억톤의 물이 담긴다.© News1

라오스 남부 볼라벤고원 매콩강 지류. 산 사이 골짜기들을 그야말로 물샐 틈 없이 댐으로 막아 11억톤(청평댐 6배)의 물을 끌어모았다. 이 물이 엄청난 수압에 밀려 지하 13.6㎞ 길이의 고강도 콘크리트관을 내달리다 수직구를 통해 690m 아래 바닥으로 내리꽂힌다. 폭발적인 수압과 낙차로 터빈을 돌려 국내 최대 충주댐(저수량 27억여톤)과 맞먹는 410㎿(메가와트)의 전기를 만들어낸다.

충주댐보다 적은 저수량으로 비슷한 규모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지하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큰 낙차를 만들고 물을 퍼짐없이 파이프로 이동시켜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어려운 걸 우리나라 SK건설이 해냈다.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아침조회시간이면 직원들이 이 구호를 외치며 작업장에 들어선다. 공정률 92%를 넘겨 주요 댐공사를 마치고 발전소, 송전시설 공사만을 남겨둔 상태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최관용 해외인프라부문 상무는 SK건설 내에서도 주요 해외 건설현장을 두루 거친 현장통으로 꼽힌다. 라오스, 싱가포르 등 주력 현장이 그의 진두지휘하에 움직인다.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 구조도. 수면 아래 지하수로를 뚫어 물을 이동시키고 큰 낙차로 떨어뜨려 폭발적인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News1
SK건설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 구조도. 수면 아래 지하수로를 뚫어 물을 이동시키고 큰 낙차로 떨어뜨려 폭발적인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News1

◇"타의 추종 불허하는 지하공간 기술력"

SK건설은 교량과 터널, 지하공간의 건설 공법에 있어서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발파공법인 '수펙스컷(Supex-Cut)'이 그 예로 1994년 국내에서 특허 출원됐고 일본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특허를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수·울산 원유비축기지를 건설했고 2016년 말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도 마찬가지다. SK건설은 산과 산 사이를 11억톤의 물로 채우기 위해 세피안·세남노이·후웨이막찬 등 3개 대형댐과 5개 소형댐을 건설했다. 댐 수문을 열어 바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을 예상했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과학적인 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SK건설은 수면 아래에 장장 길이 13.6㎞(직경 4.4~5m)의 지하수로를 뚫어 모인 물을 낙하지점으로 이끌었다. 수로를 통과한 물은 수직구를 통해 690m 바닥으로 떨어져 발전소 터빈을 돌린다. 댐에서부터 발전소까지 모두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물이 말그대로 물 샐 틈이 없으니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난공사 구간인 수로터널은 대형터널굴착기(TBM)를 이용해 파고 들어가는 공법을 적용했다. 매일 17m씩 굴진해 671일 만에 마쳤다. 낙하지점을 지나 물의 압력이 세지는 수로 지점에는 두께 4㎝의 철강을 덧대어 압력을 이겨낼 수 있게 했다.

최 상무는 "지하공간에 대한 노하우와 암반에 대한 이해력 등 SK건설의 내재된 기술력으로 인해 공기를 단축하면서 댐, 수로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안전관리도 철저히 해 2013년 11월 착공 이후 현재까지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 현장은 드론을 활용한 신공법으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대부분 태국에 수출된다. 양국을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국경에 걸친 매콩강 물살이 거세 바지선으로 송전선을 옮기는 기존 공법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때 SK건설의 노하우가 빛을 발해 철탑과 철탑 사이에 송전선을 잇는 작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신공법을 적용했다. 

SK건설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에 사용된 대형터널굴착기(TBM) 매일 17m씩 굴진해 671일 만에 수로터널을 뚫었다.© News1
SK건설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에 사용된 대형터널굴착기(TBM) 매일 17m씩 굴진해 671일 만에 수로터널을 뚫었다.© News1

◇"단순 시공뿐 아니라 운영까지 맡아 장기간 안정적 수익창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SK건설이 시도한 국내 최초 해외개발형 수력발전모델로 기록됐다. 개발형 사업이란 단순 시공 뿐만 아니라 개발·건설·운영 등 전 단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는 방식이다. 일회성 건설 수주 수익뿐 아니라 발전소 운영에 따른 전력 판매 수익도 추가로 도모하는 구조다.

SK건설과 서부발전 등 컨소시엄은 내년 공사가 끝나면 27년간 발전소 운영을 맡게 된다. SK건설은 사업자로 참여해 78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공사비 외에도 운영을 통해 연간 전력 판매액에 대한 배당수익을 추가로 받게 된다.

최 상무는 "컨소시엄은 27년 동안 매년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 이상 안정적 전력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컨소시엄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건설은 수주 경쟁이 심화되는 사업환경에서 전통적인 EPC(설계·조달·시공) 경쟁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사업 위주로 수주활동을 지속적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해외 개발형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만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 등 3건의 개발형 사업을 따냈으며, 올해 초에도 카자흐스탄 최초의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고정수익을 확보했다는 것은 SK건설의 큰 강점"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비축함으로써 회사 내실이 더욱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건설 컨소시엄은 세피안-세남노이 발전소를 27년간 운영한 뒤 라오스 정부에 무상양도하는 BOT(건설 및 운영 후 양도) 방식을 택했다. 수력발전소 사용 가능 연한이 100년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라오스 정부에 최소 50여년간 먹거리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현지에서도 발전소 건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기술발전, 수익 확보 등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최 상무는 "라오스 현장에 처음 부임했을 때 숲으로 뒤덮여 길도 닦이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발전소 건설로 라오스 인력고용·교육훈련 등 기술발전에 기여하고 발전소 무상양도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건설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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