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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빛 좋은 개살구' 청주시 폭염대책

[편집자주]

© News1

전국이 푹푹 찌는 무더위에 자치단체마다 폭염 피해 예방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반도 일부 지역의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역대급 무더위는 이제 해마다 여름철이면 겪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재난상황으로 마주해야 할 문제가 됐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 온열질환자 수(지난 28일 기준)는 2000명을 넘어섰고, 이날까지 열사병으로 모두 27명이 사망했다.

충북에서도 전날까지 10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는 불과 열흘 만에 72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런 국가적 재난상황에 청주시 역시 시 안전정책과를 컨트롤타워로 한 폭염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폭염을 매년 여름철 겪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 각종 재난·재해에서 시민들의 재산·생명을 지키는 안전정책과에 대책 마련을 맡겼다는 데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직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부서 간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로 시민들을 위한 체감행정은 사라진지 오래다.

살수차 운영만 해도 그렇다. 인구 85만에 달하는 청주시에서 운용 중인 살수차는 고작 7대다. 4개 구(區) 중 한 곳도 소화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욱이 살수차 용도가 본래 미세먼지 저감 등 도로 위의 대기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살수작업 목적의 차량 운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재난담당 컨트롤타워인 안전정책과는 살수차는 환경관리사업본부 소관이라며 관련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

하다못해 민관이나 군을 통한 지원요청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

땡볕 아스팔트 도로 살수작업은 단순히 도심 열섬현상을 막는 것 이외에도 시민 안전과 관련된 일이다.

폭염으로 기온이 33도 이상 지속될 경우 태양열로 인해 아스팔트포장면 기온이 65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럴 경우 포장 균열부에 국부적으로 노면이 위로 상승하는 현상(Blow-up)이 발생해 도로 위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혹한기 도로 살수작업은 전국 지자체가 담당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초적인 대책 중의 하나지만, 청주시만은 예외로 보인다. 

시가 운영 중이라는 폭염대비 TF는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여준다.

시는 안전정책과를 주축으로 시민 안전·생활과 관련한 담당부서 실무자들 간 유기적 협조체계 구축을 위해 TF팀을 운영 중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상황관리반, 건강관리지원반 등 6개 반으로 구성했다는 TF는 그 실체부터가 모호하다.

별도의 임시조직이 구성됐다기보다 기존 부서 내 시민 안전·생활과 관련한 담당부서 실무자들의 이름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폭염 상황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모니터링 한 뒤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게 TF 구성 목적이라지만, 이름뿐인 부서 신설로 정작 유기적 협조체계가 이뤄질지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물론 이런 TF에서도 명확한(?) 업무분담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모든 상황을 관리한다는 안전정책과에서는 폭염 속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대상자 수하나 추리지 못하고 있다.

활동 실적 역시 각 보건소 담당이니 알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반면 자신들의 치적에 대해선 대대적인 홍보를 아끼지 않는다.

공직사회 뿌리 깊이 박힌 보신주의의 단면이라 해야 할까.

지난 26일 시는 과장급 공무원 112명을 43개 읍·면·동에 두세 명씩 나눠 직접 현장에 나가 무더위 쉼터 운영 실태나 취약계층 보호 재난도우미 운영실태 등을 점검하는 전담제를 실시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해야 움직이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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