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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과열 진원지' 표적된 중개사들 "우리가 호구냐"

"거래절벽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엎친 데 덮친 격"
잘못없어도 일단 개점휴업 "영업정지는 날벼락"

[편집자주]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업체에 상담 안내문 및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이 이번 주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단속'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돌면서 이날 용산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일부는 문을 닫았다. 2018.8.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업체에 상담 안내문 및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 단속반이 이번 주부터 '부동산 불법거래 합동단속'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돌면서 이날 용산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일부는 문을 닫았다. 2018.8.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금 서울 전체는 거래절벽이라 영업을 열심히 해도 매매계약서 한달에 1건 쓰기도 어려워요. 단속까지 계속되니 중개사와 손님들 모두 움츠려들 수 밖에 없죠." (용산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의 공인중개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 과열의 진원지로 공인중개사들을 지목하면서다.

중개사들은 정부 규제로 거래절벽이 지속돼 가뜩이나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빼든 칼날에 표적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정책협의체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부동산 특별 사법경찰을 포함한 합동 시장점검단을 꾸려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양 기관은 지난 9일 부동산거래조사팀을 구성해 실거래 내역 집중조사를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미 합동반은 일선 중개사무소를 돌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거래절벽인데…용산 일대 중개사무소 '개점 휴업'

일선 중개사무소들은 단속반이 뜨자 개점휴업을 택했다. 특별한 잘못이 없더라도 단속반 활동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일부 몇몇 사무소는 문을 열었지만 최근 오픈해 계약서 작성이 없는 곳이라는 게 중개사들 설명이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계약서를 완벽하게 작성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소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며 "적발 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상당한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일선 중개사들은 개점휴업 지속 여부에 대해선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속이 나오자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다"며 "이번에 차라리 며칠동안 푹 쉬겠다"고 전했다.

현지에선 정부의 규제로 거래절벽에다가 정부 단속까지 겹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건수는 5632건으로 지난해 동기(1만4460건)와 비교해 39%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개사 입장에선 수입원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여의도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영업정지 기간엔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어 친분이 있는 중개사에게 부탁한다"며 "중개보수도 나눠야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불법 거래 단속을 위해선 2∼3년 전 신규분양이 활발해 입주를 앞둔 곳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거래가 활발히 진행돼 중개업소간 경쟁으로 불법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발호재가 있다면 수요가 몰려 집값도 움직이는 것"이라며 "여의도와 용산은 서울시장이 직접 언급해 분위기를 띄웠는데 중개사들에게 화살이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떴다방과 동급 취급 '당혹'…애먼 중개사들만 들쑤셔"

중개사들도 지도단속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과거 분양권 다운계약서가 만연했던 시절엔 불법 없이는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최근 이러한 행위가 사라진 배경에는 당국의 꾸준한 지도단속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한남동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제 업·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중개사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떴다방과 동급 취급 당하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문제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집값 과열 근원을 중개사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한 근거없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애먼 중개사들을 들쑤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거래를 차단해 집값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도 단속에 나서면 중개사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단 거래가 진행되지 않으니 단기적인 '집값 안정화' 효과는 있는 셈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장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과열지역 대단지를 중심으로 주택공급 질서 교란행위를 집중 확인하겠다는 태도엔 변함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서울시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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