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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vs'1948'…광복절 앞두고 건국절 '맞짱토론' 열려

"건국절, 생일과 같아" VS "국민적 합의가 중요"

[편집자주]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가 자유민주진영과 진보민주진영 각 3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가 자유민주진영과 진보민주진영 각 3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제 73주년 8·15광복절을 앞두고, '건국절' 논쟁을 둘러싼 '맞짱토론회'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국회 자유포럼이 마련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토론회에선 건국절 및 건국일을 둘러싸고 해방 후 미군정이 끝나고 이승만 초대 정부가 들어선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측과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한 '1919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패널들간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이른바 '1948건국론'을 주장하는 측에서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가, 이에 반대하는 측에선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 양측을 대표하는 학계인사들이 토론자로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건국일을 1948년으로 보는 측에선 올해가 '건국 70주년'이지만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및 사학계로 인해 왜곡됐다고 주장한 반면,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측은 내년 '건국 100주년'을 앞두고 소모적 정쟁으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민철 연구위원은 "건국절 건국일 논란은 굉장히 소모적이고, 개인적으로도 회의적이다"라며 "건국이라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 과정이다. 언제 건국됐냐는 것 자체에 여러 설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논쟁화 자체를 경계했다.

그러나 양동안 교수는 사람에게 태어난 날 '생일'의 기준은 "모체에서 태아의 전신이 완전히 벗어난 날"이라며, "국가 또한 3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이 모두 갖춰진 날이 건국일"이라며 건국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는 김 위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전우용 교수는 "각 국가와 국민은 자기 나름의 역사관이 있다. 어떤 것이 구성원의 합의를 받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으로 시작되는 헌법 전문을 인용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역사관이 헌법에 제시돼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영훈 교수는 "이 헌법 전문 자체가 이승만 대통령이 개인적 의지로 관철한 것"이라며 "(당시 이 대통령은) '3·1운동은 당시 세계 정세로 인해 실패했다'는 말을 한다. 전체적인 문장을 봐야지 헌법 전문 자구 하나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토론이 더 해갈수록 양측의 신경전도 가열됐다.

전 교수는 "미국의 기념일(최대 국경일)은 1976년 13개 주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한 독립기념한 날이다. 미국이 열강들의 (국가) 승인을 받은 것은 7년 뒤"라며 "정부수립일을 건국일로 기념하는 나라는 북한 정도다. 왜 북한을 따라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양 교수는 "생일을 기념하나 생일 있기 전 이런저런 과정을 기념하나"며 "객관적인 건국일은 (이념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라고, 자유민주주의자라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없다. 북한 건국일은 48년 9월9일이다. 이건 공산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그렇게 인정한다"고 맞받았다.

심용환 교수는 "건국절 논쟁은 얼마 전 시작된 논쟁이다. 애초에 건국절을 두고 역사학계에서 논쟁한 적이 없었다. 1919년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어떤 교수, 교육도 없었다"며 "역사적 논쟁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주천 교수는 오히려 반대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우익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 48년 건국론이 뭉개지면 (보수) 정치권 또한 무너진다"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이 혼란에 빠지고 반토막이 났는데, 여기에 더 펌프질 하는게 역사학자들"이라며 직격했다.

한편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불필요한 논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번은 뜨겁게 논쟁할 거리"며 "이 문제로 분열과 갈등이 있으면 안된다. 건국절 논쟁이 국가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미래상 설정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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