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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놓칠라" 임대사업자 등록 폭주…매물잠김 심화 우려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예고 뒤 신규등록 최대 5배이상 급증
"매물잠김 심화되면 집값 더 오를 수도"

[편집자주]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의 모습.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의 모습.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에 거주 중인 다주택자 A씨(39)는 임대사업자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구청을 찾았다. 8년의 임대기간 동안 집을 팔 수 없는 리스크가 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는 만큼 세금 혜택을 얻을 수 있을 때 등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구청엔 A씨와 같은 다주택자들이 몰려 반나절이 걸려서야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12일 부동산업계와 자치구에 따르면 정부의 임대사업자 세제·금융 혜택 축소 소식이 전해진 뒤 규제를 피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는 다주택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청의 경우 이달 들어 10일까지 591건의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한 달간 신규등록 건수가 345건인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무려 5배 이상 등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청도 이달 10일 기준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 건수가 143건으로 지난 한 달 기록(153건)과 맞먹는다. 신청인은 몰리는데 구청 처리 인력이 부족해 등록 대기 중인 건만 100여건에 달한다. 신규등록 신청은 갈수록 늘어 11일 하루에만 60명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구청 역시 이달 신규 임대등록 신청 건수가 98건(10일 기준)으로 지난달 기록(95건)을 넘어섰다. 기존 다주택자들의 신청이 많고 새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임대등록을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포구청 주택관리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갑자기 폭주하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빠졌다"며 "하루 온종일 등록 업무를 해도 다 처리하지 못해 등록 대기 건이 쌓여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시·군·구청을 방문해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은 뒤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인터넷으로도 등록할 수 있지만 아직까진 방문신청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구청은 인력 충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구청에선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갑자기 몰리자 안내문을 제작해 양해를 구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News1
서울의 한 구청에선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갑자기 몰리자 안내문을 제작해 양해를 구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News1

이달 임대사업자 등록이 급증한 것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초 (세입자가 안정적인 임대료로 8년 이상 거주하게 하는) 정책의도와 달리 임대등록 혜택의 이점을 활용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쉽게 사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한 임대등록 세제혜택 등을 조정해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임대등록 활성화방안을 통해 4년 또는 8년 임대등록 시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재산세·취득세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다주택자들의 임대등록을 유도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살 때 LTV·DTI 40% 제한으로 은행에서 대출이 쉽지 않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시중은행에서도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제·금융 혜택을 노린 다주택자들이 새로 집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임대등록을 악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8개월 만에 축소 방침을 밝히게 됐다. 그러자 임대사업자 혜택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신규등록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임대사업자 등록이 갈수록 크게 늘자 서울 시내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이 지금보다 심화돼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입자 보호를 위해 의무임대기간(4년 또는 8년) 동안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총 8만539명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993명)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 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일단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돼 등록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등록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집주인은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주택을 보유·임대해야 하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고 이로 인해 집값이 더 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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