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일자리 정부 휩쓴 ‘고용재난’…'최저임금' 궤도수정 불가피

통계청 "인구요인만으로 설명 어려워"…KDI 분석과 상통
최저임금 여파 산업 침체…정부 정책수정 나설듯

[편집자주]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명, 30대는 7만8,000명, 40대는 15만8,000명이 각각 줄었다. 2018.9.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만명, 30대는 7만8,000명, 40대는 15만8,000명이 각각 줄었다. 2018.9.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8월 취업수 증가마저 30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입이 무거운 통계청도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고용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동안 정부가 고용침체의 대표 이유로 꼽던 인구구조 변화 논리가 점점 설득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대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재난의 원인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서비스업, 임시·일용직 취업자는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 허리라고 볼 수 있는 40대는 이러한 고용참사에 직격타를 맞았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10년 1월 1만명이 감소한 뒤 8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통계청은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고용쇼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계속되는 취업자 감소의 대표적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제시했던 입장에서 선회한 셈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취업자 증가폭이 많이 둔화돼 인구요인이 깔려 있지만, 그것만으로 취업자가 둔화됐다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자동차·조선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도소매업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침체에 영향을 줄 순 있어도 대표적 요인은 아니라는 점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8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는 전년 동기 대비 7만1000명 줄었다. 하지만 7월 7만4000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었을 때보다 오히려 취업자 증가폭이 2000명 더 하락했다. 결국 인구 요인 외에 경기적인 비중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 보면 최저임금과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취업자가 대거 감소했다. 도매 및 소매업은 -12만3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11만7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은 -7만9000명을 기록했다. 

도소매업의 경우 2016년 3월 15만2000명이 감소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최저임금에 취약한 임시근로자는 18만7000명 감소했으며, 일용근로자도 5만2000명이나 감소하면서 고용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소매·숙박업, 임시·일용직 감소는 인구구조적인 요인보다 최저임금 여파가 드러난 것"이라며 "시장이 감내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으로 향후 고용전망은 더욱 암울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9.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9.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도소매·숙박업·서비스업의 지속되는 침체는 한국경제의 허리라고도 볼 수 있는 40대에 직격타를 날렸다.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만8000이 줄어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취업자 감소폭이 컸으며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빈현준 과장은 "40대 전반이 도소매업 등 모든 산업에서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좋지 않고 고용요건이 취약한 층에 있지 않나 분석된다"고 밝혔다. 

현재의 고용상황이 인구구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전날(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KDI는 '경제동향 9월호'에서 "7월의 취업자 수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분석을 총괄한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용통계는 경기상황만 갖고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최저임금이나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고용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청와대와 정부는 고용침체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보다 최저임금 인상 등 경기요인 비중이 크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속도의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 제기된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당 청와대와 협의를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