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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리플 피싱해 8억원 빼돌린 거래소 대표 구속기소

'사이트 이관 안하면 리플거래 불가' 공지로 등록 유도
암호화폐 사기, 재산 몰수·추징 불가…법 개정 필요성도

[편집자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대표가 회원들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미국 법무부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암호화폐 '리플' 9억원 상당을 빼돌려 가로챈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D거래소 대표 A씨(33)를 구속기소, 프로그래머 B씨(4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또 수사과정에서 A씨가 일본 E거래소 운영자 C씨(일본인)와도 공모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C씨를 기소중지하고 일본 수사기관과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검거할 계획이다.

리플이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2012년 최초 발행된 후 유통되고 있는 암호화폐로 단위는 XRP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전체 시장규모 3위(2018년 2월 기준 약 30조원)를 차지하고 있고, 채굴방식의 다른 암호화폐와는 달리 운영주체가 리플토큰을 직접 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A씨는 지난해 7월경 암호화폐 정식 이관사이트를 모방한 피싱사이트를 만들었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D거래소사이트(한국)와 C씨가 운영하는 E거래소사이트(일본)의 대량 암호화폐 보유 회원들 중에서 강화된 인증절차 없이 ID와 비밀번호만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한 회원을 선별했다.

이들은 선별된 회원들에게 '보유 암호화폐를 특정(모방) 사이트로 이관하지 않으면 향후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후 회원들을 피싱사이트에 접속해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유도하여 암호화폐 이관에 필요한 정보를 탈취했다.

검찰은 과거 일본 취업 경력이 있는 A씨가 일본인 C씨의 통역을 맡으면서 서로 알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공동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한 뒤 수익금을 배분했다는 설명이다. C씨는 A씨에게 일본거래소 회원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탈취한 리플을 자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그래머 B씨는 A씨의 의뢰를 받아 추적이 매우 어려운 해외 호스팅업체를 이용해 피싱사이트를 개설하고 이메일 발송에 이용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미국 서버를 이용해 피싱사이트를 개설하고 이메일을 발송하는 한편 해외거래소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세탁하는 등 추적을 피해 왔다"며 "하지만 암호화폐 의심 거래내역 등을 미국 FBI가 포착해 제공한 수사정보가 범인 추적에 주요 단서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7~8월 탈취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47명(한국 17명, 일본 30명)의 보유 암호화폐 약 200만리플을 자신들 계정으로 무단 이관한 후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로 믹싱(암호화폐 자금세탁)한 후 현금 약 4억원을 인출했다.

또 지난해 12월~올해 1월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14명(한국 7명, 일본 7명)으로부터 약 39만리플을 편취해 현금 약 5억원을 인출했다.

A씨는 2014년 개설된 국내 최초 리플거래소 운영자로, 2015년 암호화폐 해킹피해를 신고했으나 해커 추적에 실패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과) 유사 범행을 하더라도 추적이 어려울 것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범죄수익 대부분을 생활비 등으로 소비해 보유 암호화폐나 현금 잔고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그밖의(범죄수익 외) 피고인 재산에 대해서는 본건 범행이 현행 범죄수익환수법상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환수가 불가능하다"며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계좌 지급정지나 피해구제 대상도 '자금의 송금·이체'에 한정하고 있어 암호화폐 관련 사기의 경우 적용 불가해 법률 개정 등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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