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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에 '눈치보기' 장세 돌입…"일단 지켜보자"

강남 중개업소엔 '매매', 강북엔 '세금' 문의 빗발
다주택자 임대사업 등록 늘 듯…21일 공급계획 발표에 촉각

[편집자주]

14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상가에 매물이 붙어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4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상가에 매물이 붙어있다. 2018.9.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집을 사겠다던 사람도 일단 보류하겠다고하네요. (다주택자) 집주인들도 당장 세금이 늘지 않아 내다 팔겠다고하지는 않지만 골치라면서 하소연을 많이 해 옵니다."(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다음날인 14일 서울 부동산시장은 눈치보기 장세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9·13 대책에 따른 시장 분위기를 우선 살펴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선 중개업소 대표들은 최근 반짝 살아났던 거래가 다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잠원동의 A공인중개업소는 이른 아침부터 집주인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계속 왔다. A공인 대표와 나누는 20여분간 대화 가운데 걸려온 전화만 십여통이 넘었다. 대부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집값이 떨어지니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냐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A공인 대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마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제는 집을 팔아야할 시기라는 집주인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면서 "이런 와중에 정부가 초강수 대책을 내놓다보니 서울에 여러 채를 보유한 집주인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9·13대책에서 종부세율을 최대 3.2%까지 올리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한해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했다. 세부담 상한선도 현행 150%에서 300%로 확대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을 넓히고 세율을 높여 약 42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종부세 강화로 고가주택이 밀집한 압구정 등 지역에서는 세금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압구정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집에 있다가 나온 손님들도 있고 전화 응대로 바쁜 상황"이라며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다만 강남권의 경우 정부의 종부세 압박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으로 팔라고 하는 시그널을 줬는데 반대로 대출을 막으면서 사지도 못하게 했다"면서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북권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다. 특히 종부세 과표 3억~6억원 구간 신설을 두고 집주인들의 우려가 크다는 전언이다.

노원구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북에선 10만원 세금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면서 "강남권이야 세금에 흔들리지 않겠지만, 서민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2018.9.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2018.9.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면서 집주인들의 임대사업자 관심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9·13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주택을 구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등 기존 혜택을 폐지했으나 이미 사들인 주택에 대해서는 종전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서구에 집을 두 채 보유한 박모씨(37)는 "두 채 모두 아직 (공시가격이) 6억원이 안돼서 빨리 임대를 등록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앞으로 집을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더 낼텐데 그래도 파는 것보다는 (절세를 하며) 가지고 있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정부의 공급계획이었다. 사실 종부세 강화와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구체적인 공급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날 9·13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등 수도권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해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큰 그림만 발표했다. 입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마치게 되는 21일 발표할 계획이다.

용산구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용산공원에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일대가 시끄러웠는데 서울시와 국토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잠잠해졌다"며 "입지가 발표되면 매수 대기자들의 움직임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수요자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수도권 외곽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 서울 주요지역으로 매수자들이 다시 뛰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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