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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한국에서 욱일승천?…현대차는 일본 판매 절멸

현대차, 사실상 판매 '0'…전략부재·실력차
토요타, 매출 1조원 돌파…재투자엔 인색

[편집자주]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현대차그룹의 일본 판매량이 올들어 단 4대에 그친 반면 한국 판매량이 벌써 2만대에 육박하는 토요타코리아는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일본에서 현대·기아차가 사실상 절멸(絶滅)한 가운데 토요타와 렉서스(토요타 고급 브랜드)는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다. 

현대·기아차에게 일본 참패는 해외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패착이 남긴 뼈아픈 교훈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토요타 사이에 설령 기술과 브랜드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일본에서 현대차의 부진은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토요타는 재투자 등 한국사회에 대한 기여에 인색하지만 토요타의 차량 판매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 현대차, 폐쇄적 日시장 공략 실패…"전략 실패가 남긴 오명"

3일 일본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대·기아차가 일본에서 판매한 차량은 제로다. 현대차의 월간 판매량은 3월(1대), 5월(2대)을 제외하고 모두 0대를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 누계 판매량은 3대에 불과하다.

기아차 역시 올해 5월 1대를 판매한 게 일본 실적 전부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2009년과 2013년에 일본에서 철수했다. 각자 현지 법인이 있으나 기존 판매된 차량의 사후관리(A/S)만 이뤄지는 수준이다.

일본 시장 참패는 현지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전략 실패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철수 수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기아차에겐 오점이다. 여기에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등 실력차도 일본시장 참패의 한 요인이다.

현대차는 2000년 일본에 현지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HMJ)을 세우고 200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판매 부진으로 2009년 일본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기아차도 2013년 일본 철수를 결정했다.

성능과 실용성 등으로 무장한 일본 브랜드의 높은 진입장벽이 시장 철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현대차가 9년간 거둔 누적 판매 대수는 1만5000여대에 불과하다. 같은 값이라면 한국차보다 일본차가 낫다는 인식이 강했고 소비자들은 굳이 한국산 차를 살 이유가 없었다.

유럽차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판매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이 일본의 폐쇄적인 자동차 시장과 상품성 격차를 현대·기아차 참패 원인으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여기에 경소형차 천국인 일본 시장과 도로 및 주차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 전략도 패착이었다. 소형차 크기에 맞춘 기계식 주차장이 대부분인 일본에서 쏘나타를 판매 첨병으로 내세운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차 시장은 90%이상을 자국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어 현대차뿐만 아니라 미국 브랜드도 좀처럼 영업망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본 수입차 시장의 경우 벤츠, BMW 등 일부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수요만 형성돼 있는데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대차가 생존 전략을 찾는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엔 주력 해외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일본 철수가 남긴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공장 유무와 시장 규모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품질 경쟁력 저하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공격적인 가격할인과 판매촉진 정책으로 판매 10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도매판매는 사드 보복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중국 공장 가동률은 50% 안팎에 불과하다.

그동안 가성비를 무기로 중국 소형차 중심의 시장 확대를 도모했으나 중국 토종업체의 제조역량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지 시장에 적합한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본에서 겪은 실패가 중국에서도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

◇ 토요타, 개방적 韓에서 승승장구…판매수익은 고스란히 일본으로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현대차는 일본에서 쓴 경험을 맛본 반면 일본차는 국내에서 고속 질주 중이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일본산 승용차는 총 4만3582대다. 2016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미국(9.5%), 유럽(-1.2%)의 동기 대비 증감률을 월등히 앞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폐쇄적 구조를 가진 일본과 다르다"며 "상품성 등을 이유로 현대차를 꺼리는 국내 소비자들이 토요타 캠리 등을 선택하면서 일본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8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일본차는 2만7761대다. 이 중 토요타코리아의 누적 판매량은 토요타 1만946대, 렉서스 7577대 등 총 1만8523대(66.7%)에 달한다. 특히 토요타코리아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20% 가까이 급증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20여 수입차 업체 중 메르세데스-벤츠(4만8803대), BMW(4만910대)에 이은 3위다.

토요타코리아의 매출은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2013년 4431억원, 2015년 5969억원, 2016년 8562억원, 2017년 1조491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더 확대돼 2년 연속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그러나 한국에 진출한 토요타는 외형성장 만큼의 투자 의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토요타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35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이중 미처리 결손금(40억원)을 제외한 316억원이 일본 본사로 넘어갔다.

배당성향은 88.6%지만 남겨둔 40억원은 결손금을 털어내는데 사용해 한국에서 번 돈 전액을 일본 본사에 보냈다고 볼 수 있다. 투자를 위한 이익잉여금은 제로다. 2007년 이후 토요타코리아의 배당성향은 2009년(50%)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를 기록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토요타의 배당성향은 지나치게 높다. 16년 동안 8차례의 배당을 실시한 BMW코리아의 배당성향은 67% 안팎이다. 벤츠의 배당성향은 2012년 이후 연간 평균 50%에서 60%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브랜드는 독일식 직업교육 프로그램(아우스빌둥)을 도입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현대·기아차의 일본 시장 실패와 한국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토요타의 상반된 행보가 남긴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호근 교수는 "수입차 업체가 이익잔치 속에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큰 폭의 할인 경쟁에 따라 소비자들이 무분별하게 수입차를 선택하려는 소비행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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