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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노년기의 자기가치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News1
노년의 대우는 극과 극입니다. 죽을 때까지 존경을 받는 반면에 푸대접과 멸시를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엄함과 인자함이 표현된 노년의 초상화도 있지만 아이들에게조차 놀림을 받는 그림도 있습니다. 노년에 자신의 가치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일 것입니다. 노년에 가치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딸에 대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그 시대의 사회상과 함께 그린 소설입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1820년대 파리로 옮겨온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사업가로 성공한 고리오는 딸들을 뒷바라지하는 데 전념합니다. 번 돈을 허영심에 빠진 두 딸이 사교계와 파티에 쓰는 데 모두 대 주죠. 고리오 영감은 소원대로 두 딸을 귀족과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로 진출시킵니다. 정작 본인은 사업을 접고 하숙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데, 딸들은 아버지가 집에 찾아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고리오는 마지막 남은 돈마저 딸의 드레스 비용에 지출하고 세상을 떠나지만 그 때도 딸들은 곁에 없습니다. 세상을 떠나면서 고리오 영감은 말합니다. “항상 자기 값어치는 자신이 챙겨야 하네.”

이런 면에서, 조선 태종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태종은 한창이던 52세에 갑자기 22세이던 세종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상왕으로 앉습니다. 다만 세종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는 군사와 관련한 일은 직접 챙기겠다고 신하들에게 공언합니다. 그런데 태종이 왕이 되는데 공신이었던 병조참판 강상인이 군사에 관한 일을 태종을 제쳐놓고 세종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큰일 날 일이죠. 세종은 깜짝 놀라 이 사실을 아버지인 태종에게 바로 고합니다. 보고를 받고 그냥 있거나 강상인을 꾸짖기만 했다면 세종이 공모자가 되어 버리니까요. 이에 태종은 대로(大怒)하여 강상인을 관노로 보냄으로써 처벌합니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지 불과 보름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이후 태종은 골치 아픈 정사를 돌 볼 필요 없이 사냥을 즐기면서 권한도 누리다가 5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노후에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면 노년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노년의 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비재무적 가치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계, 행복과 같은 비재무적 가치는 차치하고 우선 계산될 수 있는 재무적 가치를 개념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금융상품에 옵션이 있습니다. 옵션의 가치는 그 자산의 현재 가치와 미래 성장성으로 결정됩니다. 현재 자산가치는 옵션의 본질가치라 부르는데, 주식의 옵션가격에서 본질가치는 현재 주식가격을 의미합니다. 성장성은 시간의 길이와 변동성으로 결정됩니다. 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그 가치가 변할 가능성이 클수록 다시 말해 싹수가 보일수록 성장가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결국 옵션의 가치는 본질가치와 시간가치에 달려있습니다.

9살 어린애와 70살 노인을 비교해보겠습니다. 9살 어린애는 모아 둔 재산이 없기 때문에 본질가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고 성공할 긴 시간 여유가 있으니 시간가치가 큽니다. 대통령이 될지 재벌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예부터 ‘마당에 뛰노는 어린애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애의 가치는 낮은 본질가치와 높은 시간가치를 지닙니다.

반면에 70살 노인은 지금 모아둔 재산은 상당합니다. 본질가치가 많은 거죠. 하지만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없기에 변동성이 크지 않은데다가 남은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시간가치는 별로 없습니다. 노년은 본질가치는 높은 반면에 시간가치가 낮습니다. 시간가치가 있더라도 젊은 사람에는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만일, 여기에 본질가치마저 없으면 ‘뒷방 늙은이’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노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본질가치와 시간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시간가치는 본인에게 투자하여 본인의 잠재성을 높일 때 높아집니다. 많이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수명이 길어져서 시간이 길어진 만큼 잠재성을 높이는 데 투자하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가치를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잘 지키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노년에 자신의 본질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는 주로 자식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결혼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성인이 된 자녀에게 자신 돈의 상당부분을 듬뿍 쓰는 경우입니다. 자녀 유학자금을 마련하려고 노후에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가 있는 돈마저 까먹은 사람도 있습니다. 일찌감치 재산을 나누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으려고 재산을 자식 명의로 돌렸다가 정말로 기초연금만 받고 생활하게 된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질가치를 잃어버리면 시간가치가 없는 노년은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노년의 가치가 ‘폭망’하게 됩니다.  

재산을 꼭 움켜쥐고 본질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돈만 아는 사람이라거나 돈과 자식을 비교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주체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본질가치를 그냥 줘버리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서 주체성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묘하게도 주체성을 버리고 의존하려 하는 사람은 경시하게 됩니다. 노년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노년의 가치는 본질가치를 끝까지 보존하는 것이며, 본질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잠재성을 높여 시간가치를 높여주면 금상첨화입니다. 고리오 영감이 마지막에 말했듯이 자기 값어치는 자신이 챙겨야 합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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