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기자의 눈] ‘새로운 대전’이 공허한 이유

[편집자주]

© News1
민선 7기 대전시정이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 새로운 시작’을 기치로 출범했지만 뚜렷한 시정 목표가 가늠되지 않고, 시정이 역동성을 발휘하기는 커녕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게 시정 안팎의 평가다.

허태정 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의 힘만큼 위대한 힘은 없다”면서 “시민의 정부, 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개방, 공정과 신뢰라는 원칙 아래 시 행정을 이끌겠다”며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거의 방식과 관행만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시정 구호를 공모 끝에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정했다. 하지만 시정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시민=시민단체'는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모호하기만 하다. 시민이 주인 되는 시대는 이미 너무도 보편화한 흐름이어서 더 이상 새롭지도 않거니와 행정의 당연한 과정일지언정 궁극적 목표라고 볼 수도 없다.

시장의 당면 역할을 제대로 설정했는지도 의문이다. 전임 시장이 취임 후 임기 내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몰두하느라 공직사회가 느슨해진 점을 감안하면 허 시장의 첫 번째 과제는 조직을 다잡아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되돌려놓는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정에 대한 기대를 담아 어느 때보다 분주해야 할 시기지만 시장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참모진 기용 방식도 과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자치분권 및 정무 특보에 전임 시장 비서실장들을 기용한데 이어 전례 없이 3급 상당의 민생정책자문관에 선거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임용해 ‘새로운 대전’이라는 구호를 무색케 한다. 대외적으로 내놓은 역할도 궁색하다. 시정 운영 방향 설정과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정책적으로 시장을 보좌한다는데 그 동안의 경력으로 보건데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시청 내 실·국장에 대한 불신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5급 승진도 못하고 퇴직하는 공무원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옥상옥의 보고 체계에 따른 비효율은 물론 조직 내 위화감만 더 키운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다. 선거가 갖는 특성 상 공신에 대한 예우를 인정한다고 해도 시장이든, 부시장이든 그 불가피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론에 발표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3개월 남짓한 기간을 놓고 민선 7기 대전시정에 대해 미리 평가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전시정이 바로 서기 위해선 ‘새로운 대전’이 구호만이 아니라 진정성이 실려야 한다. 그저 시장 이름만 바뀌고 문패만 민선7기로 바꿔다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형식과 내용도 새로워야 하고 시민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 젊은 시장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현장에서 시민들과 동고동락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에도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쟁력 있는 대전으로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대전'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단순한 카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도 지나온 3개월여를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