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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니의 디톡스 식탁] 자전거가 가진 제3의 매력 ‘브레인 디톡스’

[편집자주]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한다는 의미가 주(主)였던 ‘디톡스’라는 단어가 요즘은 덜어내었을 때가 더 좋을 이런저런 단어 뒤에 붙곤 한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을 위한 처방으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는 ‘디지털 디톡스’란 말이 생겨나고, 마음의 독소를 제거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의미의 ‘마인드 디톡스’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소비 디톡스’라는 말도 있다.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게 디톡스의 본래 의미라면, 오장육부 몸 여기저기 쌓인 노폐물을 빼내는 것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독소를 해소하는 것 역시 중요할 수 있겠다.
  
한의원에 가면 손발은 찬데 심장과 머리가 뜨겁다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 다른 말로 화병 혹은 울화 때문일 수 있는데, 현대인으로 살아가며 스트레스가 없기란 불가능해 보이니 차라리 예고 없이 오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컨트롤할 돌파구를 찾는 게 필요해 보인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감정 조절이 필요할 때 ‘마음을 편히 하라’는 식의 조언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내 마음이지 않은가. 억지로 애써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자연스레 어지럽던 마음을 다스려줄 해결책을 ‘디톡스’라고 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디톡스 방법은 음식과 운동이다.
  
먼저 음식이 가진 성질과 에너지가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음식은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기도 하고 찬 몸을 덥히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심해 산성화된 몸의 Ph레벨을 채소와 과일이 잡아준다. 녹색 채소가 가진 컬러 에너지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가 운동이다. 운동이 정신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확실히 운동을 해보면 기분이 좋다. 마음을 다잡아보려는 의도적인 노력 없이도 말이다. 체력 단련을 위해 자전거를 시작했는데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됐다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전거를 타는 경우 몸이 건강해질 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경우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일의 능률도 좋아지며, 30분간 자전거를 타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커피 대신 자전거. 뇌 기능을 깨우는 자전거 효과

전기 자전거 베스비 © News1
전기 자전거 베스비 © News1

캐나다의 신경 과학자인 브라이언 크리스티(Brian Christie, pHD) 박사는 현대인들이 출근길에 커피를 마시며 잠을 깨우는 것과 다른 방법으로 매일 아침 뇌를 자극한다. 그는 출근 전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는데, 운동 마지막에는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가 뇌를 깨우고, 출근 직후 몇 시간 동안 뇌 활동은 최고조에 달한다. 오후가 되어 집중력이 떨어질 때에도 그는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집중력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크리스티 박사에 따르면 뇌의 정확성이 가장 극대화되는 때는 30~60분 정도의 운동을 한 직후라고 한다. 
  
자전거가 뇌 기능을 깨우는 원리에 대해 크리스티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운동을 할 때 근육을 만들어 몸을 단련하는 것을 주로 생각하지만, 운동을 하면 뇌에 모세혈관이 더 많이 생성되어 많은 양의 산소와 영양소가 뇌에 전달된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근육으로 흘러가는 혈액이 증가하면서 근육에 산소량이 많아져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이 과정은 뇌에서도 동시에 일어난다. 산소 증가 외에도 자전거를 타며 페달을 밟는 건 결과적으로 단백질 생성을 도와 뇌세포 형성을 촉진한다. 뇌세포 기능이 좋아지고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 대학의 아서 박사(Arthur Kramer, PhD)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수축하고 연결도 약해지는데 운동이 도움된다고 말한다. 아서 박사가 60~79세 5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3개월간 지속한 후,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가 3년 더 젊은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임상 및 진단 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and Diagnostic Research)의 연구에 따르면, 자전거(실내에서 고정된 스피닝 자전거)를 탄 지 30분 후에 자전거를 타기 전보다 기억력과 추론 능력 등의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 테스트를 끝마치는 시간도 더 빨랐다고 한다. 
  
행복을 위해 페달을 밟다. 불안함과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자전거
  
캐논 데일© News1
캐논 데일© News1

자전거를 타고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자전거가 기분을 좋게 하는 그 이상으로, 불안한 마음을 줄여주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며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듀크 대학의 제임스(James Blumenthal, PhD) 교수에 따르면 “운동은 우울증의 치료법으로 쓰는 정신 요법과 항우울제처럼 효과적일 수 있다. 하루에 20~30분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한다. 
  
자전거와 우울증 간의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탈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오하이오 켄트 주립대학(Kent State University)의 데이비드 글라스(David Glass, PhD) 교수는 실험용 쥐가 바퀴를 돌리자마자 세로토닌 레벨이 100~200% 증가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것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을 유지하는 것을 도와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불안한 상황도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정신 건강에 특히 좋은 운동은 팀 스포츠
  
 
 
의학 저널인 란셋 (The Lancet)에서 발표한 신체 운동과 정신 건강 간의 연관성’ 연구에서는 3년간 123만7194명의 연구 참가자들의 운동 유형과, 운동량,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감정적인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한 달 중 3, 4일이었던 것에 반해 운동을 한 사람들은 2일 정도라고 한다. 또 우울증이 있는 경우 운동 후에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날이 운동을 하기 전보다 4일가량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것은 연구 데이터의 75가지의 운동 중에 팀 스포츠가 특히 더 정신 건강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축구 등의 팀 스포츠를 하는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날이 23.3% 적었다. 

자전거는 1위와 근소한 차이인 21.6%로 2위를 기록했는데, 자전거를 즐기는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정신적으로 불안한 정도를 21.6% 적게 느꼈다고 한다. 3위는 체육관에서 달리기와 자전거를 제외한 운동을 하거나 에어로빅을 하는 경우다. 4위는 달리기였다.
  
연구팀은 축구와 자전 거 등의 팀 스포츠가 정신건강에 효과적인 1,2위로 꼽힌 이유를 신체활동 외에 커뮤니티 형성에서 오는 사회적인 의미의 영향 때문이라 분석했다. 비슷한 관심사로 모인 그룹 안에서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의미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며 세로토닌의 분비가 필요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때, 스트레스가 느껴질 때 페달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니 자전거가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왕이면 함께할 수 있는 친구 서너 명을 찾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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