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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산주의자' 엇갈린 판결…민사2심도 "명예훼손"

"논리적 비약…인격권 침해"…형사1심은 '무죄'
고영주, 위자료는 3000만원→1000만원으로 감액

[편집자주]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 2018.8.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왼쪽). 2018.8.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공개석상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9)에 대해 법원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항소심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에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민사적인 배상 책임은 유지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신년하례식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내정됐지만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이 막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발언은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 운동을 했고,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었다"며 단순 의견 표명이 아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게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고 전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 대통령의 주장일 일부만 발췌해 논하거나 자신의 입장에 맞춰 변형한 논리적 비약"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부림사건을 변호했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그들과 동일한 일을 했다고 할 수 없다"며 "고 전 이사장은 단순한 일반인이 아니라 법조인 생활을 오래 했고 부림 사건의 검사라 전후 사정을 잘 아는데도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고 전 이사장은 청주지검장으로 발령됐는데 그게 불이익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무리 공적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라도 구체적 정황 없이 악의적이고 모멸적인 표현은 허용될 수 없다"며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단순히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지나치게 감정적·모멸적이기에 표현의 자유가 아닌 문 대통령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위자료는 1심에서 인정한 3000만원보다는 감액된 1000만원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연설문도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졌고,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법관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토론·반박으로 걸러져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고문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허위자백을 받아내 기소했고 법원도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후 재심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2014년 무죄가 선고됐다.

문 대통령은 고 전 이사장이 아무런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말해 자신과 민주진영 전체에 대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이 당시 발언한 강연의 전체 내용과 흐름, 사용 어휘 등을 고려하면 다소 과장된 정치적 수사를 넘어 명예훼손적 의견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고 전 이사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에도 넘겨졌지만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공론의 장에서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며 명예훼손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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