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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태어난 새끼 반달곰 5마리, 지리산 방사 왜?

유전적 다양성 확보로 '건강한 개체군' 형성 목적

[편집자주]

새끼 반달가슴곰.(자료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새끼 반달가슴곰.(자료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러시아에서 온 반달가슴곰 수컷 4마리와 암컷 1마리가 지리산에 살게 됐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건강한 반달곰 개체군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6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태어난 반달곰 5마리가 지난달 31일 지리산에 방사됐다. 앞서 지리산 등지에 사는 반달곰은 56마리였다.

5마리 모두 생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새끼로, 지난 10월4일 한국에 들어온 뒤 종복원기술원에서 자연적응 훈련을 거쳤다. 이후 반달곰들은 '연방사' 방식으로 지리산에 방사됐다. 개체의 선택에 따라 서식지를 찾아 떠나는 형태의 방사로, 지리산으로 나있는 적응훈련장 문을 열어 반달곰 스스로 떠나도록 했다.

종복원기술원은 반달곰이 사람 손에 길들여지면 안 되기 때문에 빠르게 자연적응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반달곰이 겨울잠에 들기 전 야생에 방사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도 있었다. 다행히 반달곰들이 나무도 잘 타고, 뛰어난 회피능력을 보이는 등 건강하게 한국 자연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 최근 방사됐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러시아 반달곰 6마리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반달곰 종복원사업을 본격화했다. 반달곰 최소존속개체군인 '50마리' 확보 목표는 올해 이미 달성한 상황. 그럼에도 이렇게 외국에서 태어난 반달곰들을 국내로 들여오는 이유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 때문이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은 "반달곰 복원사업은 최소존속개체군을 초과한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한반도 백두대간에 곰이 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복원사업의 진정한 목적이었고, 새끼 반달곰들의 도입과 방사도 그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진정한 종복원을 하기 위해서는 반달곰들이 건강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전적으로 다양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반달곰으로만 개체를 늘릴 경우 '근친교배'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이 인공수정 방식으로 새끼 반달가슴곰이 태어났지만, 아직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외국으로부터의 반달곰 도입은 건강한 개체군을 형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반달곰 복원과 유전적 다양성확보를 위해 러시아와 맺은 환경협약에 따라 러시아 반달곰들을 도입하고 있다. 2020년까지 러시아에서 반달곰들이 꾸준히 들어올 계획이다. 

다만 최근 인간 때문에 자연적응에 실패한 반달곰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복원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에서 들여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 'RM-62'는 관광객들이 주는 음식 등으로 인해 자연적응에 실패했다. 지난 8월에도 사람들의 거주지를 찾아와 먹이를 찾는 반달곰 2마리를 포획해 종복원기술원으로 옮겼다. 

전문가들은 새끼 반달곰이 귀엽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엄연히 곰은 '야생동물'이라고 강조했다. 반달곰에게 먹이를 주거나 가까이 다가갔다가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행위는 반달곰들의 야생 적응을 막는 것으로 종복원사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광선 센터장은 "반달곰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데 정작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기록된 역사적 사실들도 없었다"며 "외국에서도 반달곰 연구가 부족해 복원사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반달곰 개체군을 확대하는 등 각종 변수에 대응할 수 있게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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