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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서울지회 "우린 폐원 안해…학부모와 신뢰 쌓겠다"(종합)

"교육청 협상 언제든 응할 것"…조희연 "용기 내줘 감사"
전날 한유총 비대위 입장과 이견…내부 분열 기류도

[편집자주]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이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이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11.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최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서울지회가 30일 "유아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학부모의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사립유치원 비리방지 3법'이 통과되면 즉각 폐원하겠다는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입장과 달리 서울지회는 폐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영란 한유총 서울지회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서울지회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유치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들도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역할인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박 지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서울지회의 입장은 애들을 볼모로 잡으면서까지 강경하게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전날 한유총 집회에서도 (서울지회는) 폐원에 반대했다. 앞으로 폐원은 물론 휴원이나 원아모집 중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유총 서울지회 소속 사립유치원은 총 450곳으로 전체(3173곳)의 14.1% 수준이다. 또 전국 16개 한유총 소속 지회 가운데 경기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박 지회장은 교육감·교육청 관계자들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교육자적 마인드를 갖고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폐원과 같은) 그런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런 극단적인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박용진 3법'에 대해서는 "(폐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박용진 3법'과 상관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선 입장과 달리 모호한 반응을 내놨다. 강경대응 기조를 가진 한유총 비대위 측을 의식한 듯 다소 완곡한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유총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립유치원 비리방지 3법'이 통과될 경우 즉각 폐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립유치원 비리방지 3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이 누리과정 예산을 부정하게 쓰지 않도록 하고 급식비 유용을 예방하며 유치원 설립자·원장이 스스로 징계해 수위를 낮추는 '셀프징계'를 막는다는 게 골자다. '박용진 3법'으로도 불린다.

한유총은 집회에서 "'유치원 3법'은 유아교육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이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이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 지회장은 그러나 이날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서울시교육청과의 협상에도 언제든 응하겠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대신 요구도 했다. 사립유치원에도 공립유치원 수준으로 재정을 지원해 서울 유치원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지회장은 "공·사립 차별없이 학부모가 유치원을 선택해 부담없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선(先)교육 후(後)감사'도 요청했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 내 회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회계 감사 대상도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이 적용된 2018년 이후 내용부터 해달라고 제안했다.

현재 교육당국이 진행 중인 국공립유치원 확대방침과 관련해 유치원 신·증설시 해당 지역 출산율과 유아 수를 정확히 파악해 추진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미 유치원이 포화상태인 지역에 국공립유치원을 늘릴 경우 원아 수 감소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우려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누락된 유치원 정보공시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도 달라고 요청했다. 유치원 방과후 수업에 대한 자율성 보장도 촉구했다.      

다만 기존 한유총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교육부에서 사립유치원에 맞는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하면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전날 한유총의 강경한 입장 표명으로 학부모들이 많이 불안하는 가운데 서울지회 여러분들이 용기를 내줘 서울시민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에듀파인 전면 도입을 통해 사립유치원 공공성과 회계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향적 논의가 오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해 대화해나가자"고 전했다.

한유총 내 입장이 엇갈리면서 내부 분열 조짐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지회는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이기 때문에 지회의 결정에 대해 총연합회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다만 해당 지회가 총연합회 차원에서 내린 결론과 반대되는 행동을 할 경우 다른 지회나 회원들이 반발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 서울지회 관계자는 "의견 차는 있지만 한유총 탈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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