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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軍, 'GP 철조망'을 꼭 정치인에게 선물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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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의 육군 제7보병사단(사단장 박원호 소장)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내(DMZ) 내 GP(감시초소)를 철거할 당시 나온 철조망 잔해 일부를 여당 국회의원 등 9명에게 선물해 논란을 자초했다. 국방부 지침 위반 사실이 드러나자 화들짝 놀란 더불어민주당은 기념품을 곧바로 수거해 군에 돌려주도록 조치했다.

국방부는 청와대 주관하에 통일부 및 문화체육관광부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철거 GP 잔해물 처리를 협의하고 있다. 이에 1개 보존 GP를 포함해 시범철수 11개 GP와 관련된 육군 전 부대에 잔해 보존 및 폐기물 처리 등 훼손 중단 지침을 내렸다. 7사단 군수참모는 이 공문을 받았지만, 확인 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국방부의 공문이 내려온 날은 공교롭게도 박 소장이 사단장으로 취임한 날이다. 새 사단장은 전방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동시에 철거 GP 후속조치 방안도 더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 7사단은 잔해를 14개 품목으로 나누어 훼손 없이 대부분 보관 중이었다고 하지만 굳이 철조망 잔해 일부를 기념품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7사단은 7cm 크기의 철조망을 액자에 넣고 '사단 전 장병은 한반도의 평화수호를 다짐하며, 7사단을 방문하신 ○○○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는데 멋있게 하려는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사단장은 의원들 앞에서 "제가 외판원은 아니다"라며 선물을 건네고 의원들은 "산업체 시찰 때보다도 선물을 많이 준다"고 답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군사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잇따를 때마다 국회 등을 찾아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예비역 장성 등을 상대로도 군사합의 이해를 구하며 우리만의 무장해제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철조망 선물 논란은 군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 분위기 덕에 한반도에 전례 없는 훈풍이 불었다. 대결과 충돌이 계속됐던 남북 군사당국도 차근차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그러나 군은 만약에 있을 수 있는 1%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나 평화 분위기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두 달 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 공동 지뢰제거작업이 진행 중인 강원 철원의 화살머리고지를 찾았다가 선글라스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은 부대 방문시 더 조심했어야 했다. 민주당은 지침 위반을 몰랐다고 하지만 문제의식 없이 철조망 선물을 덥석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군부대 방문을 요청하면 지침에 따라 부대 상황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살펴 협조 여부를 판단하는데 군에서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주당이 먼저 방문을 요청했고 군과 일정 조율을 했다는데 정작 이번 일은 사과하지 않았다. 철조망 선물이 논란이 될지 몰랐고 지침을 어긴 육군 잘못이라고만 말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크리스마스 지휘서신에서 "야전과 바다에서, 명절과 밤에도 눈을 부릅뜨라"며 전 장병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도 군인정신을 지키며 물러났다. 이번 일을 정치권의 부적절한 군부대 방문 사례로 기억하고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던 군의 다짐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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