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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먼저다" 靑서 34년 근무 직원이 말하는 '청와대 나무'

이보연 주무관 해설로 참여해 눈길
경호처, '靑 나무' 다큐 공개…"北소나무 와서 진짜 팔도배미 되길"

[편집자주]

('청와대 나무 이야기' 다큐멘터리 화면 갈무리) © News1
('청와대 나무 이야기' 다큐멘터리 화면 갈무리) © News1

"대통령님 슬로건이 원래 '사람이 먼저다'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나무가 먼저'인 그런 경우네요."

"이 길은 대통령님께서 출퇴근하시는 인수로입니다. 나무가 서 있는 상태에서 도로를 만들어 (길이)높낮이가 달라요."

대통령경호처는 8일 '흔하지만 특별한 나무들-청와대 나무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했다. 국민에게 개방됐지만 여러 이유로 청와대를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경호처에서 기획·촬영·편집해 만든 영상이다.

먼저 1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평양에 심은 모감주나무와 사과나무 등 유실수를 심은 친환경 단지, 대통령의 기념식수 이야기 등 청와대 동편의 나무들이 소개된다. 2부에서는 녹지원의 반송과 740살 된 주목 등 청와대 중심부의 나무들이, 마지막인 3부에서는 팔도의 소나무가 모인 영빈관 등 청와대 서편의 나무 이야기가 담겼다.

무엇보다 총 50여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에는 지난 1984년에 조경 담당으로 임용돼 34년 동안 근무하고 지난해 12월31일부로 경호처를 떠난 이보연 전 주무관이 정원사 노회은씨와 함께 해설자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이 전 주무관은 청와대에 있는 5만여 그루의 수목 중에서 의미가 있는 나무를 선별하고자 청와대 나무에 관한 옛 기록부터 살폈다. 최초의 기록은 <태종실록>(1411년)이다. 이 전 주무관은 "청와대 일대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소나무 군락지"라며 "소나무들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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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는 이 전 주무관과 깊은 관련이 있는 소나무도 소개된다. 청와대는 2000년 3월 여덟배미의 논을 팔도 모양으로 만들어 임금이 농사를 지었던 '팔도배미'의 의미를 살려 팔도 소나무를 영빈관 주변에 심으려고 했다.

이때 이 전 주무관이 소나무를 찾아 전국을 누빈 끝에 △경상도 영덕 △전라도 정읍 △곡성 △충청도 청원 △강원도 양양의 나무를 영빈관 앞 광장에 심은 것이다.

이 전 주무관은 "올해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영빈관 팔도배미에 북한 소나무가 들어온다면 진정한 팔도배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산림치유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이 전 주무관은 "'청와대 나무 이야기'를 시청하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 주무관은 청와대 나무를 다시 보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처에서 '퇴직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했다"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퇴직 직원 상(像)을 정립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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