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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④] 종주국에선 대표자소송 지고, 광역소송 뜬다

'옵트아웃'…패소시 잠재 피해자까지 소송기회 박탈
산발적 소송 판사 1명 변론전절차 진행…화해종결

[편집자주]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독일 환경단체 '환경도우미' 등이 동부 라이프치히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모습. 독일은 이 사태를 기점으로 2018년11월 청구권을 확인하는 대표확인소송 제도를 시행했다. © AFP=뉴스1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독일 환경단체 '환경도우미' 등이 동부 라이프치히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모습. 독일은 이 사태를 기점으로 2018년11월 청구권을 확인하는 대표확인소송 제도를 시행했다. © AFP=뉴스1

현재 국내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각 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은 미국식 대표당사자 소송(Class Action)을 가져온 것이다.

미국 대표당사자 소송은 소송의 효과를 받지 않겠다고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표당사자의 소송 효력을 모두에게 미치도록 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 소송만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모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도 대표당사자 소송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대표당사자 소송에서 피해자 측이 패소할 경우 모든 피해자들도 패소한 것으로 간주되는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1980년대 이래 대표당사자 소송은 큰 비판에 직면했다. 소송을 해보지도 못하고 소송할 기회마저 사라지는 피해자들과 함께 공정성 문제가 두드러졌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미국의 복잡소송(Complex Litigation)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월마트가 보수와 승진 등에서 성차별적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여직원들이 제기한 '듀크 대 월마트' 집단소송 허가 신청이 2011년 기각된 뒤 판례에서 인정하는 대표당사자 소송 요건은 매우 까다로워졌다.

당시 대법원은 여직원들이 주장하는 월마트의 성차별 행위가 미국 전역 매장 근로자에게 해당하는 공통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대표자소송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공통의 피해를 입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표자 소송이 집단 전체에 유용한 해결책인지, 집단 구성원이 얼마만큼 단일한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대안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도가 바로 광역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이다. 광역소송은 같은 사건의 다수 피해자들이 산발적으로 복수의 연방지법에 소를 제기할 때 사건들을 특정 법원의 판사에 모두 모아 배당해 변론 전 절차를 진행하게 하는 제도다. 실제 선고를 위한 변론까지 진행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이 단계에서 화해로 종결된다.

지난해 방한한 미 집단소송 전문가 칼 바비에르 루이지애나주 동부연방지법 판사는 현재 미국 전체 연방민사소송의 40%가 광역소송의 일환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미국식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는 데 아직까지 유보적이다. 대륙법 체계에서는 '옵트아웃'이 부적합하며 이를 계기로 미국 로펌이 유럽 법률시장을 장악할 것을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대륙법 전통을 지닌 독일이 지난해 폭스바겐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태를 기점으로 피해자들을 대표해 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시범확인소송을 시행한 것이 주목된다.

그간 독일은 증권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표소송 제도는 갖췄으나 일반 소비자 분야에서는 이런 제도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단체가 피해자 대표로서 피해 책임 등 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시범확인소송을 도입했다. 이 역시 옵트인 방식으로 법원의 확인 결정은 등록 피해자에 한해서만 효력이 미친다.

지난해 방한한 뮌헨 고등법원 판사 출신 베아테 그젤 뮌헨대 교수는 "책임만 확인할 뿐 배상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큰 단점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독일법학자회의에서도 시범확인 소송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건강·환경침해·개인정보 침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허가를 받은 일정 단체에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옵트인 방식으로 참여한 피해자에만 소송 효력이 미치는 집단소송 제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집단소송이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단계 재판에서 위법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판결을 하고 이후 개별 소비자들의 배상을 결정하는 2단계 재판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은 미국식 옵트아웃이 아닌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옵트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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