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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도시를 떠나 동네로 들어간 사람들

조현의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편집자주]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지난 2012년 서평을 쓴 책 중에 '도시 소년이 사랑한 우리 새 이야기'가 있다. 저자 김어진은 당시 정규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대안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이던 소년이었다. 대안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파주 장단반도에서 열렸던 철새 탐조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그만 독수리의 황홀한 비행에 반해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전국의 새 뒤꽁무니를 쫓기 시작한 이후 7년의 결실이 저 책이었다. 물론, 저자는 그로 인해 남들이 선망하는(?)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25세 청년으로 성장한 지금도 여전히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서 팔도의 새를 쫓아 다니는 '새덕후'(Korean Birder)로서 '자연다큐'를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대부분 부모들이 자식들 교육을 위해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정규교육과정을 '그냥, 어쩔 수 없이' 선택할 때 남다른 대안교육과정을 선택하기란 학생과 부모의 용기와 신념, 인내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저자 김어진과 그의 부모는 저자의 지금까지 삶에서, 표면적으로나마 ‘다른 선택’이 '틀린 선택'이 아님을 입증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요즈음 특히 중장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TV프로그램 중에 '나자연 (나는 자연인이다)'이 있다. 사고무친 산속 오지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 역시 애청자다. 가족부양을 위해 기계처럼 출근, 일, 퇴근을 반복하는, 메마른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난 어른들이 꿈꾸는 '남다른 선택'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깊은 산 속에서 365일 혼자 지내라고 한다면? 그건 자신이 없다. 대신 어렸을 때 자랐던 농촌처럼 여러 가구가 마치 한 가족처럼 어우러져 마음을 열고 사는 마을(동네)이라면 괜찮겠다는 꿈을 꾸는 것은 여전하다.

낙후된 도심의 재개발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도시재생'이 지방정부마다 중요 정책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옛날의 마을 같은 주거형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역사를 조명한 '마을은 처음이라서'(위성남 지음. 책숲), 집과 이웃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실천적 경험담을 엮은 '(너와나, 우리) 모두의 집'(김수동 외 지음. 더함플러스협동조합) 등 예전에는 출판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책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신문기자 조현이 발로 취재해 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도 그런 책의 일종이다. 3년 동안 우리나라 공동체 마을 18개, 외국의 5개를 밀착 취재했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28통 공방 골목'에는 도시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동네가 하나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신흥마을이 있다. 서울의 직장인 한귀영 씨는 공방골목으로 이사와 이웃들과 어울리다 보니 병이 치료됐다. 신흥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사는 것이 '해외여행보다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파주 공방 동네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형성됐고, 신흥마을은 먼저 뜻을 모은 이들이 계획적으로 이주해 만들었다. 종교, 친목, 삶의 철학 등 23개 마을의 형성 방식과 목적은 각각 다르지만 그 속의 삶은 모두 비슷하다. 사람(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맛에 푹 빠진다는 것이다. 설마 그런 곳이 있을까? 있더란 것이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조현 지음 / 휴 펴냄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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